생활단상

김수현식 요상한 작명법과 짜증나는 대사들

스카이뷰2 2007. 4. 25. 13:10
 

         

 

 

 

 김수현 식 요상한 작명법과 짜증나는 대사들


김수현씨의 ‘내남자의 여자’가 요즘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라고 온갖 매체에서 호들갑이다.

며칠 전, 독자수가 제일 많다는 한 일간신문에는 이런 기사로 김수현 인터뷰를 시작해서 어이가 없었다.


“닳아빠져 너덜거리는 한국드라마의 구태의연한 소재 불륜. 하지만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작가가 작심하고 덤벼들자 어디 남아 있었을까 싶었던 아우라(aura,기)가 다시 사방으로 뻗친다.” “거기에 역발상 캐스팅, 김 작가 특유의 호흡 빠른 대사가 곁들여지면 극은 이미 10차선 대로(大路)위에 섰다.”


아마도 나이어린 기자가 ‘당대 최고 드라마 작가’라는 김수현씨를 만나고 나서 그녀의 ‘아우라’에 압도된 모양이다. 무슨 아우라가 다시 사방으로 뻗치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사의 기본인 ‘객관성’을 유지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스카이뷰의 블로그에서는 그동안 두 번에 걸쳐 김수현씨에 관련한 글을 실었다.

김수현이라는 여성과 원한 관계는 전혀 없는 입장이다. 오히려 한때 그녀의 드라마를 재밌게 봤고, 그녀와 전화 인터뷰도 해봤고, 공식 모임에서 수인사도 했으니까 ‘친 김수현 파’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나 화가 영화감독 같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편이라 김수현씨처럼 오랜 세월 드라마를 쓰고 거기에 돈도 많이 벌어온 그런 ‘파워 우먼’들은 남이 욕해도 내가 나서서 변명해 오곤 했다. 듣기로 얼마전 김수현은 이번 드라마 쓰기로 하고 30억원! 인가를 받았다고 한다. 대단한 할머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젠가부터 어른답지 못한 ‘발언’들로 내 마음을 그녀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뭐랄까, 재능 있는 방송작가라는 건 알겠는데 너무 자기 재능을 과시하면서 오만한 발언들을 툭하면 하는 그녀를 보면서 작품과 인품은 별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론 그녀의 드라마는 아무리 ‘시청률 1위’라 해도 보지 않는다.


그녀의 드라마에는 왜 그리 ‘성격 파탄자’같은 인간형이 많이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가족끼리도 그냥 온유한 말을 쓰는 건 ‘가뭄에 콩 나기’ 식이고 그저  신경질에 짜증이다. 보는 사람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을 때가 많다. 그래서 그녀의 드라마는 사양해 왔다.


언젠가 그녀는 어떤 인터뷰에서 “정말 정말 나를 능가하는 훌륭한 후배가 자꾸자꾸 나오기 바란다”고 말해 나를 놀라게 했다. 거기에 한 술 더떠 “내가 생각해도 나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노력하는 것보다 그저 대사가 술술 나온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어떻게 스스로 ‘나 잘난 사람이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영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 농담으로 한 말을 기자들이 거두절미하고 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간간히 나오는 인터뷰들을 보면 이런 요지의 말들과 함께 자신의 성격이 괴퍅하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걸 종종 보아왔다.


어쨌든 다 알다시피 김수현씨는 65세의 여성으로는 드물게 아직도 ‘방송계의 권력자’로 군림하면서 내로라하는 PD나 인기 탤런트들이 그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가 된다는 쩌렁쩌렁한 연속극 작가다.


아주 오래전 그녀와 전화 인터뷰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그녀가 서울 평창동인가 살 때다. ‘성깔 있는 작가’라는 소릴 하도 들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화를 돌렸다.


마침 그녀가 직접 받았다. 아주 조심스럽게 “김수현선생님 댁입니까?”라고 공손히 물었다. 그녀는 대뜸 “나예요!” 한다. 조금은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는  그 ‘나’라는 단어처럼  공격적이면서도 비호감스런 말도 드물 것 같다. 상대가 아무리 어려도 전화할 때는 일단 ‘저’라고 하면 더 좋았을텐데...

 

그 이후 정주영현대그룹 회장의 희수연이 열린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녀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지 나이보다 훨씬 늙고 초라해보였다. 아마 오랜 집필활동이 그녀에게서 젊음을 앗아간 탓일 것이다.

 

그녀는 정주영회장이 대통령선거에 나섰을 때 한 일간지에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때 그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구두쇠지만 매력있는 성품의 재벌회장님은 정회장을 모델로 그렸다는 소리가 나온 적도 있다.


암튼 그녀의 냉랭하면서도 ‘성깔 있는 듯한’ 어투에 그만 기가 질려 어떻게 인터뷰를 했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김수현이 쓰고 있는 요즘 월화 드라마 1위라는 ‘내 남자의 여자’는 처음 1,2회는 보지 않았다. ‘또 그 타령이지’싶어서 안 본 것이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첫 회에 친한 친구(배종옥) 집에 초대 받아간 여자(김희애)가 그 친한 친구의 남편(김상중)과 그 집 부엌에서 포옹하고 있는 걸 친구언니(하유미)에게 발각 당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안방극장의 드라마치고는 꽤 진한 농도의 러브신이 나와 장안의 화제를 모았고, 이 드라마는 단숨에 시청률 1위에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  


물론 드라마는 전적으로 작가마음대로 쓰는 거다. 더구나 드라마는 도덕교과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재밋거리로 나간다 해도 누가 뭐랄 수 없다. 

거기에 시청률을 고려해야 한다는 방송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어떤 상황을 전개한다 해도 놀랄 것은 없겠지만 좀 특이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횐가 김희애가 동생 대신 혼내러온 하유미의 머리를 후라이팬으로 가격하고 유도를 배운 것으로 미리 설정해 놨다는 하유미가 이단 옆차기로 몸을 날려 김희애를 쓰러뜨리고 목을 조르는 장면부터 보기 시작해 어제까지 한 서 너 번 그 연속극을 봤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어이없게도 ‘신경질 꾸러기’들로 나온다. 극중에서 하유미가 ‘동생의 남편’을 건드리는 ‘못된 계집애’를 혼낼 때에야 신경질 아니라 무슨 난리를 쳐도 이해가 가지만 왜 애꿎게도 아무 죄 없는 어린 조카나, 자기 자식들 등 그저 닥치는 대로 신경질을 내는지 보기에도 민망했다.


이런 대목을 놓고 적지 않은 기사에서는 대사방식이 예리하다는 둥, 별별 칭찬들을 하고 있어서 독자의 입장에선 그저 한심하다.

여기에 내 귀를 의심한 대화 한 토막은 이렇다.


‘둘도 없는 친구의 남편’과 불륜에 빠진 김희애가 김상중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당신의 색정녀가 된 기분이야”, 이 말에 김상중은 “요새도 그런 말을 쓰나?”라고 말한다. 디테일한 대사를 일일이 옮기진 못하겠지만 좀 우습지 않은가! 


김희애의 또 다른 대사도 웃긴다.


“석달 열흘 당신과 나 집에 틀어박혀 아무도 안 만나고 싶어” 글로 쓰기에 민망해 더 이상은 자세히 쓰고 싶지 않지만  이런 한심한 대사를 쓰는 그녀에게 ‘언어의 마술사’라는 극찬을 갖다 바치는  기자들의 기사작성법이 좀 걱정스럽다.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또 느낀 건 ‘설교조’의 대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바람둥이인 하유미의 남편(김병세)이 동서인 김상중에게 자상하게(?) 일러주는 ‘조강지처론’을 들으면서 ‘시청자를 가르치려 드는  김수현의 오랜 습관이자 취미가 느껴졌다.

 

언제부턴지 그녀의 드라마에선 설교조의 대사들이 종종 나오는 것같다.

어쩌면 그녀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김수현이 ‘아끼는 남자배우’여서 늘 ‘좋은 아버지’역을 맡고 있다는 송재호가 어제 드라마에서 ‘살림을 엎은’ 딸에게 ‘뒤돌아 보지마’라고 ‘설교’하는 장면도  상투적이다.


내가 본 지난주와 이번 주의 이 연속극은 여러 매체에서 극찬하는 게 좀 민망해 보였다. 예전 그녀의 드라마에서 느꼈던 카타르시스도 좀체 느끼기 어려웠고

오히려 지루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 드라마에서도 김수현은 그녀 특유의 ‘작명법’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지적은 아직 아무 매체에서도 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런 것까지 짚고 넘어간다는 건 너무 지엽 말단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일반 시청자들의 무의식에 어필하려는 ‘김수현 특유의 제작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계속 튀어나오다 보면 일반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드라마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이 부분은 아마도 드라마심리학자들이 유념해서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김수현은 당시 최고 인기를 끌었던 그녀의 드라마에 ‘악평’을 쓴 한 기자의 이름을 극중 ‘악인’에게 붙여주는 ‘복수의 재치’를 보인 적이 있다.(나는 분명 김수현씨가 그런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눈밝은 독자가 나연숙씨가 그렇게 했다는 지적을 해왔다.) 


그 이후로도 그녀의 드라마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매번  등장한다. ‘사랑과 야망’에서 ‘박태준’이라는 주인공도 포항제철의 그 박태준명예회장과 동명이인 아닌가!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런 김수현식 작명법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우선 배종옥의 극중 이름은 김지수다. 김지수라는 이름이 워낙 흔한 거라지만 유명 탤런트 김지수가 떠오른다. 김지수의 남편 역을 맡은 김상중은 ‘홍준표’다. 아마 웬만한 시청자들은 홍준표?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라고 느낄 것이다.

 

그렇다. 한나라당 3선 의원으로 요새 이명박· 박근혜 양진영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라는 그 홍준표 의원이 떠오른다.

극중 홍준표의 어린아들은 홍경민이다. 홍경민? 얼마전 군대갔다와서 드라마에도 잘 나오는, 컴백에 성공한 가수 이름이다 . 


김희애는 이화영이다. 별로 유명한 이름 같지 않지만 열린당의 ‘친노계’의원으로 금년 들어 방북한 이후 부쩍 지상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내가 이런 아주 국지적인 부분을 지적하려고 한 것은 어제 처음 등장한 ‘배종옥의 애인 후보’인 이종원의 극중 이름을 듣고서다.


역시 김수현 드라마의 단골 배역인 이종원은 극중에서 ‘박석준’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거의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박석준’은 잘 모르시겠지만 그는 라디오 방송극작가로 한때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다.


아마도 김수현보다 서너 살 위 연배로 그녀가 비교적 호감을 가질 만한 성품의 작가로 알고 있다.

하여튼 김수현의 요런 특이한 ‘작명법’이 그녀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한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에겐 ‘이름’이 굉장히 중요하다. 일본 사람도 ‘이름’을 매우 중시여겨 그들 나름의 획수 중심의 ‘작명법’이 성행하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굳이 ‘작명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이름은 상품에 비유한다면 ‘브랜드’이기에 그 이미지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웬만한 분들은 동의해 주실 것이다.


‘이름’이 있기에 ‘존재’가 있다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국어시간에 배웠던 ‘김춘수의 꽃’이 바로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어떤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버지니아공대 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자신의 이름을 쓰는 난에 물음표(?)를 써놓았다는 얘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신’이라고 치부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한자획수’가 그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믿고 있다.

가령 박정희대통령 때 정보부에 끌려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던 최모 교수의 이름을 우연히 한자획수로 풀었더니 ‘비명횡사’할 괘가 나와서 엄청 놀란 적도 있다. 더 가관은 혹시 해서 그 최 교수의 부인 이름을 봤더니 ‘여자로선 혼자 살아가야할 괘’라고 나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 ‘획수’에 얽힌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암튼 김수현의 요상한 ‘작명법’은 그녀 자신도 부정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주인공들의 이름을 사회 저명인사의 이름으로 골라 쓰는 ‘잔꾀’ 역시 김수현 답다. 


김수현도 그녀의 본명은 아마 김정숙인가 그 비슷한 뉘앙스의 아주 평범한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눈밝은 독자가 김수현의 본명은 김순옥이라며 강하게 질타를 했다.)

‘김수현’이야 상당히 세련된 이미지 아니겠는가. 획수로 풀어보니 이 김수현이라는 이름도 상당히 좋다. 그러니 그녀가 이름 덕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것저것 아는 것 많고 그녀 자신의 말마따나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김수현이지만 제발 시청자를 피곤하게 만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피곤하면 안 보면 되지 않니”라며 쏘아붙일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것 같다.^^


그래도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 그건 동시간대의 고현정이 나오는 ‘히트’나 이다해가 멍청한 아가씨로 나와 어설프게 웃기는 ‘헬로우 애기씨’보다는 차라리 나아서 일 것이다.

 

24부작 예정인 이 드라마의 연장방영설도 솔솔 나올 정도로 이 드라마는 인기다. 하지만 인기있다고 해서 다 좋은 드라마는 아닐 것이다.

 

드라마야 워낙 작가와 감독과 배우의 호흡이 맞아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 정석이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좋은 원작이야말로 좋은 드라마의 주춧돌이라고 본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이 물밀듯 밀려오는 그런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것은 어느 시청자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중 과연 어떤 드라마가 시청자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선사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양질의 수준높은 드라마'는 별로 보이질 않는 것 같다.

 

시청자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스하게 만들어주면서도 감동을 주는 그런 드라마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