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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2>아인슈타인 이야기 -물리학에선 인내하는 자만이 승리한다

스카이뷰2 2008. 11. 24. 08:59

 

                                                                                           스위스의 전원주택(다음 카페 사진)

 

  물리학에선 인내하는 자만이 승리한다.

 

밀레바는 절친한 친구였던 밀라나에게 아인슈타인을 인사시켰다. 밀라나는 잘생기고 똑똑한데다 바이올린을 멋지게 연주하는 그를 보자 함께 연주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밀레바는 일언지하에 거절해 밀라나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훤칠한 미인인 밀라나의 존재가 밀레바에겐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녀의 그런 태도에 실망한 밀라나는 아인슈타인에 대한 호감을 접었다. 물론 공동연주도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밀라나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요즘 밀레바와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요. 그녀의 남자친구 때문이에요. 그 독일인 남자가 싫어요”라고 쓰고 있다.

 

한때 밀라나는 밀레바가 너무 똑똑하고 좋은 친구라고 자랑했었다. 밀레바의 다른 친구들도 아인슈타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친구들 역시 밀레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 친구는 “우울해 보이고 다리까지 저는 연상의 여자는 결혼상대로는 곤란하다”고 직언을 했다.

 

심지어 “그런 건강하지 않은 여자와 결혼할 용기는 내겐 없다”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여기에 아인슈타인은 “그녀는 정말로 사랑스런 목소리를 가졌어”라고 화난 듯 대꾸했다.

아인슈타인보다 4세 연상인 밀레바는 고국에서도 늘 동생들을 돌봐주었기에  모성본능이 강한 편이어서 아인슈타인을 아들처럼 돌보기를 즐겼다.

 

부수수한 장발의 곱슬머리에 허름한 옷차림의 아인슈타인을 보통 여학생들은 지저분하고 볼품없다고 멀리했지만 밀레바는 바로 그런 점에서 그에게 끌렸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아인슈타인 역시 다른 남학생들은 밀레바를 못생기고 무뚝뚝한 공부벌레라 피했지만 오히려 공부에 몰두할 줄 아는 지성파 여학생이 많지 않은 때에 밀레바의 그런 점이 그에게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게다가 단호하고 엄격한 밀레바의 성품은 그의 극성쟁이 엄마 파울리네를 연상하게 해서 더 그녀에게 끌렸을 것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으랴. 사랑에 빠지면 곰보도 보조개로 보인다는 속담도 있듯이 그 두 남녀는 일반인들이 비호감으로 느끼는 특징들을 호감으로 바라보는, 사랑에 눈이 먼 연인들이 된 것이다. 그 사랑을 누가 막겠는가.

 

1899년 열렬한 연인사이가 된 두 사람은 방학동안 각자의 집에 가 있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애틋하게 그리워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험담까지 늘어놓았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너무 속물적이고 나에게 더 이상 소중한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을 생각할 수 없다면 나는 더 이상 우울한 인간들 속에 살아가고 싶지 않소. 하지만 나는 당신이 있기에 기뻐할 수 있다오. 당신의 사랑 때문에 나는 행복하오. 그렇지만 다시한번 당신을 품에 껴안고 나만을 위해 반짝이는 당신의 사랑스런 눈동자를 보면서 오직 나 때문에 황홀하게 떨리는 그 달콤한 입술에 키스를 할 수만 있다면 더 행복할 텐데... ”이러니 아들 키워봤자 다 소용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뜨거운 연서를 보내는 사이가 되자 아인슈타인은 어머니에게 밀레바에 대해 조심스럽게 운을 떼기 시작했다. 그녀의 사진을 본 아인슈타인의 모친은 속으로 그녀가 탐탁지 않았지만 내색을 드러내진 않았다.

 

타국에서 공부에 전념해야할 아들이 들고 온 별로 예쁘지도 않은 여학생 사진은 엄마의 심기를 상당히 어지럽히고 있었다는 걸 눈치 없는 아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정말로 아주 똑똑한 여자에요”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의 모친은 끝내 밀레바에 대해 후한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

 

어머니의 냉담에 찜찜했지만 그럴수록 아인슈타인의 밀레바를 향한 마음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 지구상 수많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부모와 집안이 반대할  수록 보란 듯이 그들의 사랑을 키워나갔던 것처럼  두 연인 역시 점점 더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확인해 나갔다.

 

‘나의 인형’‘나의 어린 아기’‘나의 작은 악마’‘사랑하는 조니’‘나의 꼬마 요정’‘나의 장난꾸러기’. 그들은 서로를  이렇게 불렀다. 낯간지럽게 들릴 수도 있는 다정한 이 호칭들에서 그들의 사랑의 깊이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진다면 상대를 더 친밀한 호칭으로 부르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

 

4세 연상녀답게 밀레바는 아인슈타인에게 늘 잔소리를 끊지 않았다. 어머니처럼 생활의 자질구레한 면까지 일일이 코치했다. 사실 워낙 독립 지향적이고 자유인적 성향이 강한 아인슈타인에게 이런 스타일의 연인은 곧 피로감을 주게 마련이었지만 아직은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상태여서 오로지 사랑의 이름으로 그녀의 그런 잔소리를 허락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대학시절에도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버릇이 있었다. 아마도 심오한 물리학 이론에 대해 혼자만의 상상의 세계를 펼치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그는 늘 혼자 산책하면서 상대성 이론을 비롯한 물리학 이론들을 눈덩이 굴리듯 굴려나갔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식으로 혼자 계속 연구를 멈추지 않고 몇 년 동안 꾸준히 한 덕분에 세계적인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자신도 늘 물리학에선 인내하는 자만이 승리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었다. 그 쓰디쓴 인내의 법칙이 어디 물리학에서만 통하겠는가. 인내는 쓰되 열매는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