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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3>아인슈타인 이야기- 졸업시험에 5명 중 4등한 아인슈타인

스카이뷰2 2008. 12. 1. 09:06

 

 

 

 

5명 중 4등한 졸업시험으로 간신히 교사자격증 획득  

 

하지만 매사에 야무진 밀레바로서는 연인의 그런 멍한 표정을 용납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병약하고 초췌한 용모에 콤플렉스를 가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로서는 항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허술한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을 걱정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인슈타인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지나치게 화를 내곤 했다. 발까지 구르며 신경질을 부리는 그녀를 보며 아인슈타인은 농담을 하면서 달래주곤 했다. 아직은 연애시절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어딜 가나 아가씨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뛰어난 미남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왠지 멋진 남성적인 풍모였다. 거기에 툭하면 꺼내들고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그에겐 여성들을 불러 모으는 마법 피리 같은 소도구였다.

 

1899년 여름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취리히 근교에 있는 메트멘슈테텐에서 한여름을 보내기 위해 여관방을 몇 개 예약해 두었다. 그곳에서 불과 며칠 지내지 않았는데도 아인슈타인은 밀레바가 몹시 그리워져 편지를 썼다.

그는 ‘작은 인형’밀레바에게 그날그날 공부한 물리학 내용을 보고 형식으로 적어 보냈다. 어디에 가든지 아인슈타인에게는 물리학이 최우선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사랑이라는 감정의 당의정을 입힌 채 누군가에겐 꼭 알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 ‘누구’는 반드시 여성이어야 했다. “우리는 서로의 어두운 영혼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지요. 당신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에요. 당신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소시지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인슈타인이 보고 싶은 것은 세르비아의 고향집에 간 밀레바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뒤처진 학과 공부에 바쁜 처지였다. 그래도 아인슈타인의 편지를 받은 그녀는 즉시 답장을 띄웠다. 시험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가 그녀의 최대 관심사였지만 아인슈타인의 어머니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녀는 자신이 보낸 편지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여성다운 세심한 주의력과 장래의 시댁 어른들로부터 아직 환영받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마지막 자존심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긴 했지만 연애와 공부를 병행하기는 힘든 일이었든지 밀레바는 중간시험 성적이 저조하게 나왔다. 그러나 남자인 아인슈타인은 연애와 공부는 별개라고 생각했는지 중간시험에서 1등 성적을 받았다. 1900년, 두 사람은  졸업시험을 치르고 졸업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1차 논문을 제출했으나 그리 우수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졸업시험 성적은 두 사람 모두 저조했다. 5명 중 아인슈타인이 4등, 밀레바가 5등이었다. 4등까지는 중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자격증을 간신히 받았지만 밀레바는 성적이 저조해 결국 졸업하지 못했다.

늘 수석만 해왔던 그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연애에 정신이 팔려 수재였던 두 사람 모두 시험을 망쳤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긴 어려웠다. 

 

고향의 부모님에게 낙방소식을 전하는 그녀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언제나 아버지의 자랑스런 딸이었던 그녀로서는 졸업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에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아인슈타인과의 결혼문제는 그녀의 자존심을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렸다.

 

밀레바는 취리히의 하숙집에 함께 있던 친구 헬레네 카우플러로부터 아인슈타인과의 결혼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헬레네는 아인슈타인의 어머니가 밀레바를 조롱하고 무시하는 투로 말했다고 전했다. 어쩌면 헬레네는 내심 아인슈타인을 좋게 생각한 나머지 밀레바와 아인슈타인이 잘 되는 것을 꺼려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아인슈타인의 모친이 자신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겠지만 그런 소식을 ‘정확히’ 전달해주는 친구 헬레네가 야속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오히려 기운을 내 헬레네에게 아인슈타인의 사랑을 믿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녀가 나를 그렇게 조롱했니? 네 편지를 읽는 순간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모른단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아인슈타인 본인 의견 아니겠니? 나는 그를 믿는다.” 

 

밀레바의 친구들은  하나 둘 아인슈타인에 푹 빠져있는 그녀 곁을 떠났다. 아인슈타인의 존재가 ‘우정’을 갈라놓은 것이다. 그녀들은 ‘친구의 행복’을 위해 아인슈타인은 많이 부족한 남자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래도 친구를 더 높게 생각해주는 게 마지막 우정의 증표였던 것 같다.

아인슈타인의 어머니 파울리네는 2년 전 아들로부터 ‘사진소개’로 밀레바를 본 이후 줄곧 그녀와 사귀는 것을 걱정해왔다.

 

단지 예민한 아들의 성품을 배려해 대놓고 반대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았었다. 파울리네의 입장에서는 세르비아 인들은 ‘함께 하기 곤란한 이방인’으로 중산층 독일계 유대인들인 자신들과는 신분적으로 맞지 않는 부류였다. 어떻게 키워낸 아들인데... 그런 ‘근본 없는 아가씨’와 결혼하도록 허락한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아들이 자연스럽게 밀레바와의 교제를 정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아인슈타인 역시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밀레바와 결혼하겠다는 소리는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어머니의 눈치만 보면서 그는 자신은 졸업시험에 붙었지만 밀레바는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조금은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그럼 너의 사랑스런 돌리 밀레바는 어떻게 되는 거니”라고 물었다. 어머니의 냉랭한 반응에 아인슈타인은 무의식적으로 ‘내 아내요?’라고 되물었다. 모친 앞에서 그런 화법으로 그녀와의 결혼 계획을 알린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