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상태에서 미혼부가 된 아인슈타인의 고민
샤프하우젠에서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공과대학을 지원하려는 영국인 소년의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하루를 거의 혼자 보내면서 산책과 공부 실내악 연주회 관람을 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문제인 특허국의 취업 결정통보를 친구 그로스만이 하루빨리 전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하나,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심사하고 있는 클라이너 교수로부터 합격 통지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그의 주요 일과였다. 하지만 기다리는 소식들은 늘 그렇듯이 빨리 와주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그로스만의 편지가 어느 날 아인슈타인에게 드디어 날라 왔다.
아인슈타인의 채용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꿈속에서도 그리던 내용이었다. 처음 말이 나왔을 때부터 어느 새 몇 달이 흘러갔다.
그 몇 달은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원래 취직이라는 게 확실히 되어야 되는 것이라는 걸 실감했다.
어쨌든 이젠 어엿한 특허국 직원으로 자신의 일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꿈만 같았다.
그는 즉시 밀레바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산달이 가까워지자 젊은 연인들은 지난 몇 달 동안 티격태격했던 모든 갈등을 일단 봉합하고 아기 이름을 짓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12월에 밀레바는 아기 이름을 딸이라면 ‘리제를’ 이라 하고,
아들이면 ‘한제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인슈타인은 1902년 봄부터 특허국으로 출근하기로 결정된 마당이어서 정서적으로 한껏 관대해졌다. 그는 앞으로 내 힘이 닿는 한 언제나 재능있는 젊은이들을 돕겠다고 엄숙히 맹세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밀레바에게 보내왔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이 그에게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했나보다.
이제 아기를 누구에게 맡겨 양육해야 하느냐가 이들 미혼부모의 최대 현안이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은 아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다짐함으로써 일단 밀레바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하지만 여전히 ‘백수 상태’인 아인슈타인으로서는 아기를 키울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그는 밀레바에게 “당신의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고 나같은 비현실적인 책벌레보다는 세상 물정에 훨씬 밝으시니까 그 문제는 아버지와 상의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적어 보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인슈타인같은 제 앞가림하기도 어려운 책상물림이 혼전 출산한 아기양육에 대해 현실적 대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몰랐다.
밀레바 역시 아인슈타인에게 어떤 해결책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녀 역시 학업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어려운데다 여전히 부친으로부터 생활비를 타서 쓰는 입장이고 보니 아기 양육문제는 그렇잖아도 부모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녀는 아기를 친구인 헬레네에게 잠시 위탁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혼전에 태어나게 된 아기는 태어나기도 전에 바람직하지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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