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재팬뉴스사진.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1Q84’와 외로움 치유법
‘소란스러웠던’ 5월이 지나가고 유월의 첫날 아침, 바람은 기분 좋게 불고 더 맑아진 듯한 아침공기를 마시다 보니 느닷없이 ‘외로움’이 찾아왔습니다.
여러분은 마음이 외로워 질 때 어떻게 하셔요?
십인십색이라고 아마도 굉장히 다채로운 ‘처방전’과 ‘치료법’이 나올 것 같군요. 어떤 사람은 ‘초콜릿을 먹는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무지하게 매운 비빔냉면을 먹는다’고 하더군요. 신록(新綠)을 한없이 쳐다본다는 사람도 있구요.
또 어떤 이는 무작정 영화관에 들어가서 영화를 본다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자버린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좀 특이한 대답으론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명상을 시도해본다는 ‘철학자스러운’ 응답도 있습니다. 욕조에 더운 물을 가득 채워놓고 그 안에서 유행가를 흥얼거린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도대체 ‘마음이 외로워진다는 건’ 뭘까요? 고독이라든지 우울증이라든지 이런 일반적으로 정형화된 단계 이전의 뭐랄까, 내밀한 ‘혼자만의 마음의 감기 증세’라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그 증세가 꼭 몸에 해로운 건 아닌, 오히려 삶에 원초적인 힘을 제공하는 ‘쓴 약’같다고나 할까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불현듯 누군가로부터 혹은 무엇인가로부터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게 바로 ‘마음이 외로워진 증거’라고 제 나름대로 정의를 한번 내려 봅니다.
요 근래 하도 다사다난했기에 아마 이렇게 ‘위로받고 싶은’ 외로움을 느낀 사람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좋은 초여름 날에 웬 ‘외로움 타령’이냐구요?
월요병 탓인지 제가 갑자기 마음이 외로워졌거든요. 아니 단지 월요병 탓만은 아닐 겁니다. 요 며칠 새 시끄러웠던 ‘사회현상’ 탓에 공연한 스트레스를 알게 모르게 받았나 봅니다. 그러다보면 늘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지면서 이 ‘외로움’이라는 바이러스가 침투하곤 하죠.
아직도 이런 ‘외로움의 감수성’이 남아있다는 건 제게 아직 ‘청춘의 기미’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어서 한 켠으론 흐뭇한 기분마저 듭니다.
저는 이런 ‘증세’를 감지할 때는 늘 제 나름의 ‘요법’을 활용합니다.
그때그때 다르지만 제 경우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 중 고정으로 등장하는 메뉴는 ‘소설책’입니다. 소설을 읽거나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저의 외로움은 치유되곤 합니다.
요즘 유행어대로 “참 쉽죠 잉?”^^*
오늘 아침 뉴스 서핑을 하다보니까 ‘영원한 청춘 작가’같은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소설 ‘1Q84’이 발매 첫날 4판 68만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는 뉴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잘 팔리는 소설’책 이야기는 제게 기운을 솟아나게 합니다. 한 순간에 눈이 번쩍 뜨이고 ‘외로움’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죠.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제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는 작가들의 ‘신간’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는 소식은 늘 저를 기운 나게 만듭니다.
작가도 아니면서 그럴 때면 이상하게 ‘착각의 늪’에 빠져 기분 좋은 ‘행복한 공상’을 하곤 합니다. 나도 곧 ‘재미만점’의 소설을 쓰겠다는 ‘결연한 다짐’마저 하게 됩니다.
그런 공상은 ‘삼일천하’로 끝나곤 했지만 저에게 캠퍼 주사 이상의 효과를 주곤 합니다. 언젠가는 저의 이런 ‘행복한 공상’이 현실로 이뤄질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
‘상실의 시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제나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소년”같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고백’을 해 제게 점수를 받은 일본의 남성작가입니다.
늘 ‘청년’ 같은 그도 어느새 올해로 환갑이라네요. 세월이 무정합니다. 그래도 환갑에 펴낸 신간이 그렇게 일본열도를 휩쓸며 돌풍을 일으킨다니 마음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그의 소설도 꽤 재밌지만 그가 쓴 에세이를 캔맥주 한잔과 함께 읽는 것이 저의 여가선용 법 중의 하나였습니다. 요즘도 그 ‘여가선용’은 유효합니다. 그만큼 그의 에세이들은 친근감과 다정함이 넘쳤습니다.
아주 오래전 읽었던 그의 여행에세이 ‘먼 북소리’는 제가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외로운 마음’이 들 때면 읽곤 하는 책입니다. 그의 에세이들은 읽다보면 어느새 하루키와 대화하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그만큼 글 솜씨가 뛰어나다는 거겠죠.
‘세상에 별 부러울 게 없다’며 살아온 ‘건방진’ 저도 이렇게 글 잘 쓰는 이미지 좋은 작가들에겐 주눅이 들곤 합니다.(이미지가 안 좋은 작가들은 제 아무리 잘 써도 제게 별 감동을 주지 못하죠.^^*)
판매 첫날 68만부가 팔렸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번 소설 ‘1Q84’은 1984년 일본을 무대로 신흥종교의 수수께끼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짚이는 데가 있는 소설 같습니다.
1995년 도쿄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12명이 죽고, 5천명이 부상을 당한 ‘옴 진리교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악했던 아주 쇼킹했던 사건입니다.
‘맹인’인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자신은 ‘무학력’이었지만 그 밑의 부하들은 도쿄대학, 와세다 대학, 게이오 대학 등 일본의 최고 명문대학 출신들이어서 더 놀라게 만들었던 사건입니다. 그들은 ‘세계 제패’의 꿈을 안고 자기들끼리 일본의 시골구석 야마나시 현에 모여 살던 신흥종교 집단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사회에선 왜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나에 대해 호들갑을 떨면서 난리를 쳤었지요.
그 후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심층 취재해 '언더그라운드'라는 보고서 성격의 책을 내놓아 또한번 일본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 책도 꽤 잘 팔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일본인들은 ‘신흥종교’집단이 일으킨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는 얘깁니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1Q84’는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옴진리교 사건을 취재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픽션으로 재구성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책이 나오기전까지 내용을 비밀에 붙여달라고 했답니다. 일종의 신비주의 작전이기도 할 겁니다.
교과서나 학술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책은 ‘반은 제목장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책제목은 꽤 눈길을 끕니다. 이 제목은 일본식으로 읽자면 ‘이치 큐 하치 욘(1984)’이어서 말하자면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그 유명한 ‘1984’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작가 루신의 ‘아Q정전’에서도 조금은 아이디어를 빌려온 것 같습니다.
아무튼 초판 발매 부수만 68만부를 찍었는데 그게 다 팔려나갔다는 건 굉장한 사건입니다. 저에게 또다시 ‘행복한 공상’에 빠져드는 활력을 제공한 무라카미 하루키 덕분에 잠시 느꼈던 저의 ‘외로움’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ありがとう ございます 村上春樹(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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