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자료사진>
장동건 정우성 윤은혜 배용준 김태희 등 인기스타의 '발연기'평
아침신문에 아주 재밌는 연예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가 연기, 드라마, 영화전문가 5명을 상대로 작품은 적지만 광고는 많이 찍는 소위 남녀 특급 스타 10명의 연기력에 대해 긴급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답한 사람들은 드라마 PD, 평론가, 교수등이다. 사실 이런 조사는 벌써 나와야했고, 어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할 사안이었다.
이번 조사는 인기와 개런티 수준, 광고출연 빈도 등을 고려해 남자는 권상우 배용준 송승헌 장동건 정우성을 여자는 김태희 신민아 윤은혜 전지현 최지우를 비평대상으로 올렸다. 10점 만점에 이들의 평균 연기력은 5.9로 한류스타라든지 최고의 광고료를 받는 톱스타로서는 낙제점을 받았다. 어쩌면 5.9도 높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꽤 많을 것 같다.
별로 연기력이 없는 듯한 남녀 탤런트들이 무슨 연유에선지 드라마 한 편에 1회 당 적게는 7천만원에서 1억여원을 받는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시청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저것 감안한다 해도 1억원 혹은 1억 5천만원을 50분 동안 일한 대가로 받는다는 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요 근래 소위 '톱스타'라고 불리는 탤런트들이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들이 줄줄이 낮은 시청률로 고전중이라고 한다.
SBS가 특별기획으로 공을 들였다는 월화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정우성 수애 차승원 등 인기 높은 배우들이 주, 조연을 맡아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13% 정도의 저조한 시청률 속에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가 처음 시작할 때 몇 장면을 보고 채널을 돌려버린 기억이 난다. 웬만한 드라마는 시작부분에서 그 드라마의 향후 시청률이라는 '운명'을 알아 볼 수 있다, 잘 될 드라마는 벌써 첫 느낌이 다르다.
MBC의 수목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도 10%초반대의 시청률로 주연을 맡은 김태희의 자존심을 많이 상하게했을 것이다. 이 여배우는 지난 10년간 학벌과 미모가 겸비한 여배우라고 매스컴에서 난리였지만 배우에게 제일 중요한 '연기력'에선 소위 말하는 '발연기'를 보여줘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나마 재작년인가 '아이리스'에 출연해 연말 시상식 때 무슨 연기상 하나 받고 엉엉 울면서 "이제야 연기가 뭔지 알겠다"는 소감을 말해 시청자들에게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 적도 있다. 아마 본인도 연기력보다는 얼굴 덕분에 주목받고 있는 걸 알고 있었으리라. 글쎄 그 미모도 그렇게 썩 뛰어난 건 아닌 듯한데... 그나마 김태희가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는아이리스도 그다지 수준 높은 드라마는 아니었다. 그녀의 액션연기는 보기에도 안쓰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조사에서 10명의 배우들은 모두 당사자에겐 '기분 언짢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평론가들의 그들에 대한 '품평'을 보면서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꽤나 많았을 것 같다. 대체 어느 직업군에서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개런티를 받는 단 말인가.
누구는 별로 시원찮은 연기력임에도 단지 이름값으로 한회 출연에 2억원을 받았다든지, 재벌가 며느리였다 이혼하면서 '뜬'여배우는 얼마를 받았다느니 이런 얘기는 가뜩이나 힘없는 평범한 샐러리맨을 한없이 작아지게 한다. 그야마로 계층갈등의 원인제공자들이라고나 할까.
일본 아주머니 팬들의 '영원한 연인'으로 대접받고 있는 배용준에 대해 5명의 평가자들은 한결같이 "변화가 없다. 극중 인물보다 배용준을 보여주기에 급급하다.고정된 틀안에서 박제화되고 있는 느낌"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런 평은 배우에겐 가장 치명적인 것이다.
연기의 폭이 좁고 변신의 연기력을 보여줘야 팬들이 식상감을 덜 느낄 텐데, 배용준은 내가 보기에도 '겨울연가'의 남주인공 역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 같다. KBS의 드림하이에 출연한 배용준은 극중에서 직책이 재단 이사장인데도 여전히 겨울연가의 이미지만 보였다.
젊은 여성 층에서 인기라는 정우성에게 한 평론가는 "멋진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연기력이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말하자면 겉멋이 들었다는 얘기다. 언젠가 토크쇼에 출연한 정우성을 보면서 '학력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냥 소탈하고 편안하게 넘어가도 될 부분에서도 애써 '멋'을 부린다고나 할까. 그게 아마 '정우성스타일'일지도 모르겠지만 평론가의 지적처럼 연기력이 늘지 않는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요즘 김태희와 함께 '마이프린세스'에 출연하고 있는 송승헌에 대해선 "재능을 떠나 욕심이 많이 부족해보여 앞으로 개선될 가증성도 적어 보인다"는 혹평이 나왓다. 내가 보기엔 '지적 수준을 별로 갖추지 못한 매력없는 연기'가 문제였다. 그냥 '꽃미남얼굴'로 통하는 건 유통기한이 짧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권상우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지적받아온 대로 "발음이 문제"였다. 이 남자배우를 보면 좀 딱한 느낌이 든다. 발음도 문제지만 표정도 영 '깊은'느낌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검사 역 같은 연기를 맡을 때는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무릇 배우라면 일단 어떤 역할이든 소화해내야 하는데...
'원조 꽃미남'으로 불린다는 장동건은 그나마 '연기력'을 좀 인정 받았다. "대본대로만 성실하게 연기하는 게 한계지만 연기력은 인정해줄만 하다"는 평을 받았다. 장동건 자신도 '연기보다 얼굴'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김기덕 감독의 '실험영화'나 '친구'같은 영화에 출연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성 탤런트 중에는 전지현이 평가자들로부터 가장 '냉혹한 점수'를 받았다. 연기자가 연기활동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10년 넘게 CF여왕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연기력을 보여준 작품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마 상식있는 배우라면 이런 평을 받았다는 것에 자존심이 크게 훼손되었을 것 같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으로 대접받아온 김태희 역시 따끔한 평을 들었다.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만큼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낮다.'는 소릴 들었다. "연기에 대해 깊은 오해를 갖고 있는 듯하다" "슬플 때 이런 표정, 분노할 때 저런 표정이라는 식의 정형화한 연기패턴을 못 벗어남"이라는 '참아내기 어려울 듯한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과히 틀린 평은 아닌 듯하다.
윤은혜와 신민아도 "진정성 있는 연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었다. 최지우는 권상우처럼 '발음의 굴레'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이 나왔다. 배우에게 '발음'이 문제로 지적된다는 건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주연급을 계속 맡고 있다는 건 아무래도 그네들의 '얼굴'과 '인기도' 덕이 클 것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선 '톱스타'라는 이들이 '낙제점 연기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가만히 있어도 '배역'이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드라마 PD는 "연기력이 안 되는 걸 알지만 인기가 높아 기본 시청률은 보장되니까 캐스팅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미숙한 배우들은 결국 '이미지'덕분에 안방극장에 군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연기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정계에서도 소위 잘 나가고 있다는 한 '대선 예비후보자'는 당사자의 노력보다는 '태생적인 利点'으로 어필해 그것이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누구의 자식이어서, 이미지가 좋아서, '무조건 좋다'는 감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과 이미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묻지마 식 선호도를 연기자들에게 대입해 보면 고스란히 적용된다. 누구니까 좋다, 막연히 좋다는 '감성적 이미지 판단'에 시청자들은 결국 그들에게 막강한 富와 문화권력의 꽃다발을 바치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한다는 이런 연기자들이 허황된 이미지가 아닌 '실력'으로 대접받는 사회가 빨리 와야 대한민국의 문화적 수준도 진정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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