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브라질 밀림 속 '서태지 숲'(Seotaiji Forest) 만드는 태지매니아들

스카이뷰2 2012. 2. 8. 14:06

서태지 숲이 들어서는 브라질.(chosu.com사진)

 

 

브라질 밀림속 '서태지숲'(Seotaiji Forest) 만드는  태지매니아들

 

서태지는 행복한 남자다. 서태지는 행복한 가수다. ‘행복’의 기준을 딱히 정하긴 어렵지만 브라질 밀림에 ‘서태지 숲(Seotaiji Forest)이 생긴다는 뉴스를 보고 문득 ’연초록 행복‘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 이미지의 색깔이 바로 행복과 연결되는 듯했다. ’숲‘은 메마른 정서에 단비 같은 존재로 도시인들을 위로해준다. 우선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그 수풀은 우리들에게 묵언의 위안을 선사한다. 

 

왠지 ’숲‘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상처를 받고 붕대를 친친 동여맨  채 살아가야 하는 도시인들의 힘겨운 삶에 활력소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숲‘이 주는 이미지는 우리에게 환상의 쉼터 같은 공간으로 다가온다. 그 곳에 가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여왔을 온갖 아픈 기억들이 치유될 것만 같다.

 

서태지는 1992년 ‘난 알아요’라는 노래 하나를 들고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나 대한민국 가요계를 아니 대한민국 대중문화계 전반을 뒤흔들어 놓았던 ‘앙팡 테리블(문제아)’이다.

당시 초등생들부터 10대~20대들의 정신적 우상이자 ‘황제’로서 군림했다. ‘집나간 문제 청소년들’이 서태지의 ‘컴백 홈’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는 ‘전설’마저 낳을 정도로 서태지의 ‘파워’는 대단했다.

 

그런 서태지가 어느새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서태지를 숭배하는’ 태지매니아들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를 논의하다가 "기왕이면 지구를 위해 좋은 일을 하자. 환경파괴가 심한 곳을 '서태지 숲'으로 가꾸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역시 태지매니아들다운 ‘통큰 결정’이었다.

 

회원들은 즉각 전담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2010년 7월, 영국에 본부를 둔 환경보호단체 '월드 랜드 트러스트'(World Land Trust)와 '서태지 숲 만들기'를 위한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월드 랜드 트러스트가 서태지 팬들의 기부금을 브라질의 밀림, 과피 아수 지역의 환경단체 REGUA에 전달하면 REGUA가 그 돈으로 나무를 사 서태지 이름으로 된 숲을 가꿔 데뷔 20주년인 2012년 봄 개장한다는 내용이다.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이라는 말처럼 21세기 요즘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20세기 젊은이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멋진 ’청춘시대‘를 보내는 것 같다. 지금 40대 후반이후 세대들에겐 꿈도 못꾸었을 이런 ’국제적 이벤트‘를 자기들이 좋아하는 한 남자가수를 위해 ’헌정‘한다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한 일 같다. 그러고 보니 몇 년전 입춘이 막 지난 어느 이른봄날 명동을 걷다가 젊은이들의 캠페인을 목격하고 감탄했던 일이 생각난다.

 

초중고생들과 여대생들이 주축이 돼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의 학살만행을 저지하고 그 난민들을 돕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세상에 초등생 중학생들이 뭘 안다고 저러나 싶었는데 단장 격인 여대생의 설명이 나를 더 놀라게 했다. “오히려 얘네들이 먼저 알고 시작한 일이에요” 그만큼 요즘 10대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국제적 마인드와 휴머니즘을 스스로 깨우치는 대견하고 신통한 세대들이라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태지매니아들이 브라질 밀림에 자기들이 좋아하는 가수 서태지를 위해 ‘서태지 숲’을 조성한다는 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는 그런 세상이 된 것이다.

서태지 숲이 들어설 과피 아수(Guapi Assu)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70㎞ 떨어진 대서양 연안의 열대우림 지대라고 한다. 나무늘보·오실롯·퓨마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의 안식처였지만 개발 광풍에 하루가 다르게 황무지로 변해가자 최근 들어 복원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의 땅 5㏊가 오는 3월 21일 ‘서태지 숲’으로 탄생한다는 건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은 것 같다. 태지매니아 팬들은 2년 전부터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저렇게 결실을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서태지는 행복한 가수라는 말이다.

 

태지매니아들은 기금 모금을 위해 다른 서태지 팬사이트와 공동으로 '서태지 숲 사생대회' 등 홍보행사를 열고 서태지 인형 경매 등의 이벤트도 벌였다고 한다. 다양한 경로로 소식을 전해 들은 팬들이 수천원에서 수십만원까지 기부했다. 당초 목표액은 5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12월 31일 마감 결과 목표액의 8배 가까운 3867만여원이나 모였다.

 

이렇게 지구 정반대쪽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브라질 밀림 살리기 운동을 겸한 한국가수 기념숲을 만든다는 소식은 브라질 현지에서도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REGUA 측은 지난해 5월 사무실 라운지에 '뮤지션 서태지의 마니아가 지구를 위해 만든 숲'이라는 한글 글귀가 적힌 서태지의 대형 사진과 서태지 숲 소개 액자를 내걸었다.

 

REGUA는 또 지난해 6월 소식지에 "서태지 팬클럽 등의 도움으로 나무를 2만7500그루 심었고, 조림 사업은 이보다 더 성공적일 수 없으며,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기사도 실었다.

태지매니아들의 이런 뜻깊은 활동은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민국 아이돌그룹과 그 팬들에게도 좋은 롤 모델로 자리할 것 같다.

 

단지 춤추고 노래하며 흥청거리는데 그치지 않고 태지매니아처럼 ‘지구를 살리자’는 이벤트를 비롯 아프리카 난민들을 구호하기 위한 여러 이벤트를 통해 ‘아름다운 지구촌 건립’에 힘쓴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대한민국 가수 중 최초로 황폐해져가는 브라질 밀림 복원을 위한 ‘서태지 숲’이 팬들의 십시일반으로 만들진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래서 서태지는 행복한 가수다.

‘서태지 숲’이 공개되는 2012년 3월 21일은 서태지 재탄생의 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