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대동반점에서 중국요리가 든 봉투를 들고나오는 오바마.(뉴시스사진)
오바마 엉덩이를 잡고 파안대소하는 중국할머니.(AP-연합사진)
오바마와 샥스핀과 중국 할머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요리 사랑이 돌연 샥스핀 논쟁에 휘말렸다.
하마트면 재선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뻔한 해프닝이었지만 오바마와 기념사진을 찍은 중국할머니의 우스꽝스런 제스처로 간신히 해피엔딩으로 상황종료됐다. 하지만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로선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며칠 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후 점심시간에 그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중국집 '더 그레이트 이스턴 레스토랑(대동반점)’을 찾았다. 평소 워낙 식성이 좋은
오바마는 ‘새우와 돼지고기 만두, 버섯 볶음 등을 주문,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그릇을 싹비웠다. 그도 모자라선지 오바마는 새우만두 돼지고기만두 버섯만두 및 돼지고기가 든 찐빵을 주문해 테이크아웃 했다. 중국요리를 담은 비닐봉지를 양 손에 든 오바마의 모습은 민첩한 카매라멘들에 의해 즉시 전 세계에 보도됐다.
아주 멋진 장면이다. 아랫사람을 시켜도 될 일을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손수 양손에 중국식 먹을거리를 들고 중국식당을 나서는 모습은 여러 가지로 오바마에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뭐든 좀 지나치면 동티가 나는 법이다.
항간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마침 미국을 방문한 중국 차기지도자 시진핑을 의식한 ‘제스처’였다는 소리도 들렸다. 여기까진 그나마 괜찮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 중국 식당의 메뉴에 상어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수프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상어지느러미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판매와 수입이 금지돼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동물보호론자들이 식용 금지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상이다. 명민한 오바마도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나보다. ‘동물사랑!’이라는 ‘숭고한 정신’앞에 오바마는 졸지에 ‘야만적 식성’의 소유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상어보호협약에 서명하고 미국 내 상어지느러미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 협약은 다만 샥스핀 수프는 내년 7월 1일까지는 재고 처분을 위해 식당에서 팔 수 있도록 허용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오바마대통령이 들른 중식당이 샥스핀수프를 파는 곳이었으니 호사가들에겐 때만났다고나 할까. 어쨌든 올 11월 ‘재선’에 도전해야할 오바마로선 그 호사가들의 지적을 무시할 수는 없는 처지다. 그래선지 제이 카니라는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만두 요리를 주문했을 뿐 수프는 시키지도 않았다”고 해명까지했다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보통자리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먹고 싶은 것’도 눈치봐가면서 먹을지 말지를 결정해야할 매우 조심스런 자리라는 게 이번 ‘샥스핀 파동’으로 만천하에 알려진 셈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아무나 하면 안되는 직업인지도 모르겠다.
‘명랑한 성격’으로 알려진 오바마대통령이 중국요리 ‘샥스핀 파동’와중에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 상황이 한 ‘중국 할머니’에 의해 연출됐다. 구원의 손길이었다고나 할까.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지나놓고 보면 '수호신'역할을 하는 뭐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날 오바마가 ‘대동반점’에 예고 없이 들른 걸 안 그 중식당 손님들은 야단법석이었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미국 사람들에게도 ‘현직 대통령’을 느닷없이 식당에서 조우한다는 건 예삿일이 아닌 가 보다. 더구나 대통령이 있는 워싱턴에 가도 함부로 만나기 어려운 ‘지존’인데 샌프란시스코의 중식당에서 우연히 봤으니 그 식당에 있던 손님들이 어떤 반응이었을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원체 쾌활한 성격인데다 ‘재선’을 노리고 있는 오바마는 음식을 기다리는 중에도 끊임없이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안전을 우려한 경호팀이 제재를 했지만 오바마는 시민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란 한표가 아쉬운 법이니까. 게다가 요즘은 드높았던 오바마의 인기는 사그라들고 외려 영부인 미셸여사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니 오바마로선 조급한 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 중국계 할머니가 오바마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거침없이 달려들었던 것이다. 경호원들이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워낙 재빨리 오바마 옆으로 달려간 이 할머니는 오바마의 허리를 잡고 포즈를 취했는데 키가 작은 탓이었는지 엉겁결에 그만 오바마의 엉덩이를 꽉 움켜쥔 것이다.
이런 우스꽝스런 포즈는 고스란히 카메라맨에게 포착됐고 신문에는 ‘오바마 엉덩이를 꽉 잡은 할머니’와 파안대소하는 오바마의 모습이 실리게 된 것이다. 그냥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오는 이 사진은 오바마가 도전하는 올 11월 대선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오바마로선 샥스핀소동으로 잃은 표를 ‘대통령의 엉덩이’를 얼겁결에 잡은 할머니의 손 덕분에 간신히 만회한 셈이다. ‘대통령되기’는 어느 나라나 이렇게 힘든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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