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진

‘겸손한 오바마’의 90각도 허리 굽히기와 미국 국민의 복(福)

스카이뷰2 2012. 5. 25. 12:26

                          

                                                                            2009년 일왕내외에게 90각도 인사하고 있는 오바마대통령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섯살 꼬마 제이콥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게 하고 있다. 이 사진은 백악관 서관 웨스트 윙 벽에 4년째 걸려 있다.

                                                           (미국 백악관 사진)

 

 

 

‘겸손한 오바마’의 90각도 허리 굽히기와 미국 국민의 복(福)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흑인 꼬마가 오바마대통령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을 보면 ‘겸손한 오바마’의 착한 심성이 느껴진다. 몇 해 전 오바마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왕내외에게 ‘90각도의 새우등 인사’를 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오바마의 이 인사법에 당시 대한민국 인터넷 상에서도 와글와글 갑론을박이 많았지만 미국 국민 중에는 ‘나라망신이다, 체신머리 없다’ 등등 오바마를 비난하는 여론이 급등했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왕 앞에서 그런 자세로 인사를 했었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법하다. 그때 우리 블로그에서도 이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오바마대통령의 ‘본심’을 알 길이 없지만 그런 ‘인사법’을 보며 막연히 이 사람의 심성은 착한 축에 속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와이에서 성장기를 보낸 오바마는 하와이에 이민 온 일본인들을 많이 보고 자랐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동경’이 무의식에 배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더구나 조부모 슬하에서 자란 오바마는 ‘노인들’에 대한 공경심 같은 게 있어서 일왕내외에게 그렇게 깎뜻한 예의를 갖춘 게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오늘 아침 신문에 실린 ‘다섯살 흑인꼬마에게 90도 새우등을 만든’ 오바마 대통령 사진은 아무래도 오바마의 ‘천성’이 착하고 겸손한데다 명랑하다는 ‘착한 선입견’을 들게 한다. 이 사진이 화제가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 수십 년 간 백악관 서관(웨스트 윙)에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을 전시한다. 사진은 1주일 단위로 가장 최근 것들로 신속히 교체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관행을 깨고 한 자리에 무려 4년째 당당히 걸려 있는 사진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한 흑인 꼬마에게 90도로 깍듯하게 인사를 하듯 허리를 숙이고 ‘대통령의 머리’를 만지게 하는 오바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꼬마 아이는 컬럼비아에 사는 제이콥 필라델피아. 이 사진은 꼬마의 아버지이자 해군이었던 칼튼이 2년 간의 백악관 근무를 마치고 떠날 때 백악관에 인사차 갔다가 ‘찍힌’ 것이다. 당시 꼬마는 다섯 살이었다고 한다.

백악관을 떠나는 직원들은 오바마대통령과 기념 가족사진을 찍는 ‘관행’이 있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꼬마의 가족이 집무실을 나가려는 순간 꼬마가 아빠에게 “대통령에게 내 머리카락과 (촉감이) 비슷한지 물어보고 싶어요"말했다.

 

꼬마의 이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만져서 확인해 보는 게 어떨까?"라는 답과 함께 망설이는 제이콥의 눈높이까지 머리를 숙이며 "만져보렴 꼬마야"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제이콥이 머리카락을 만지는 순간 사진이 찍혔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물음에 제이콥은 "내것과 똑같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한 장의 생명력 긴 사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한 장의 사진이 지난 3년간 백악관 직원과 방문객에게 가장 인기를 끈 사진으로 꼽힌다고 23일자 신문에 보도했다.

 

현재 8살인 제이콥은 장차 대통령이 되거나 항공기 조종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제이콥 뿐 아니라 미국에 사는 흑인소년들에게 오바마는 ‘꿈의 롤 모델’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아니겠는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영광을 안은 오바마는 그 영광이 비단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됨으로써 미국에 사는 흑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소외받고 있는 계층 사람들에게 '꿈'을 잃지 않게 해주는 '등대'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오바마가 올 11월에 치를 대선의 ‘홍보용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계속 이 사진을 걸어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선거용 홍보 이미지로 사용될 수도 있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오바마라는 이 총명한 대통령의 심성이 착하기에 이런 동작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 같다.

 

어쨌든 미국 국민은 노동운동가 출신 엘리트인 오바마처럼 젊고 똑똑한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두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대한민국 국민도 이렇게 서민의 일상에 대해 뼛속깊이 잘 알고 있는 똑똑한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둘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