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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세 연상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나란히 황금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에 들어가는 모습이나 여왕이 수여한 '바스 대십자 훈장'(Grand Cross of the Order of Bath)을 가슴에 달고 여왕과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은 '친박근혜' 국민에겐 멋진 장면으로 보일 것이다. 물론 '반박근혜파' 인사들에겐 떨떠름한 사진이겠지만 말이다.
박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기 직전 프랑스 르피가로 지 기자는 청와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박근혜,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 같은 운명을 지닌 후계자(Park Geun-hye, une héritière coréenne au destin shakespearien)’. '후계자'라는 단어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르피가로는 또 “‘공주 박근혜’(princesse Park)가 파리로 다시 돌아왔다”며 “박 대통령이 젊은 시절 프랑스에 머물 때 어머니(육영수 여사)가 북한공작원의 총격으로 암살됐다는 뉴스를 들었다”고 프랑스와의 인연을 소개했고,또 독재적인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도 1979년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으며 박 대통령 자신도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면도칼 테러를 당해 살해될 뻔했으나 살아났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을 인터뷰한 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셰익스피어 소설에 나오는 특정 주인공의 삶을 박 대통령에 빗대서 쓴 말은 아니다. ‘셰익스피어적’이란 형용사는 프랑스에서 드라마틱한 운명적 삶을 지칭하는 뜻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은 인간의 의지로 선택하는 게 아닌, 더 큰 초월적인 운명의 힘으로 진행된다.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평생 결혼하지 않고 정치적 힘을 쌓아 오다가, 마침내 청와대로 다시 돌아온 박 대통령의 삶은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셰익스피어적 운명’ 그 자체다".
제법 문학적 통찰력이 있어 보이는 이 프랑스 기자의 눈에 비친 박대통령은 '공주'에서 '대통령'으로 변신한 대하 궁정드라마의 여주인공처럼 보였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박근혜대통령의 롤모델이라는 16세기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파란 만장한 인생역정이 겹쳐진다.
이 여왕의 모친은 '1천일의 앤'이라는 영화로도 유명한 앤 볼린으로 천신만고끝에 왕비자리에 오르지만 남편 헨리8세의 명에 의해 참수형이라는 끔찍한 처형을 당해 생을 마감한다. 그 이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그야말로 '옥체보존'을 위해 숨죽이며 천신만고의 삶을 살아내다 간신히 여왕에 등극한다. 여왕도 박근혜대통령처럼 독신이었으며 박대통령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말을 했던 것처럼 '영국과 결혼했다'는 말을 남겼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화사한 한복차림의 박근혜대통령 사진을 보니 현 여왕의 '먼 친척 할머니뻘'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파란만장한 인생스토리야말로 '셰익스피어적 운명'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박대통령이 16세기 '처녀 여왕'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것도 박대통령의 '셰익스피어적 운명'에 어울리는 것 같다. 가는 나라마다 그 나라 말로 연설을 해 인기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박대통령처럼 엘리자베스1세 여왕도 외국어 능력이 뛰어났다는 보도를 보면서 4백여년의 시차를 둔 두 여성 최고 권력자의 인생극장 레퍼토리가 매우 비슷한 것 같아 경이롭기까지 하다. 패션에 남다른 일가견이 있는 박대통령처럼 여왕도 드레스만 3천벌이 넘을 정도로 패션니스타였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올해로 재위 61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조상'인 엘리자베스1세 여왕에 비하면 순탄한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워낙 유명한 며느리였던 다이애나 세자빈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로 인해 '모진 시어머니'의 이미지가 살짝 입혀졌던 게 여왕에겐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 같다.
아무튼 88세라는 고령에도 한국의 여성대통령을 초청해 극진히 대접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아직까지는 '현존하는 최고령 파워 우먼'으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61년이라는 긴 권력의 세월을 보내오면서 쌓여온 '내공'의 깊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 위풍당당한 여왕곁에 서서 수줍게 웃고 있는 박대통령은 '선출직 권력자'라 4년 후에는 어김없이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
4백년전 '영국 여왕'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박대통령으로선 4년이란 '최고 권력의 세월'은 너무도 짧을 것 같다. 어쨌건 대통령 취임 8개월만에 여왕의 '국빈초청'으로 영국까지 날아간 박대통령으로선 '셰익스피어적 운명의 최절정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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