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물 간'여배우들과 아이돌 스타 이승기가 짐꾼으로 합류한 '꽃보다 누나' 첫회가 예상대로 빅히트를 쳤다. '꽃보다 할배'의 후속편의 후광에다 간간히 온라인 뉴스에 흘려온 '실수담'이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 같다. 사실 최연소자가 마흔 셋에 최고령 여배우가 예순 일곱 살이나 되는 늙은 여배우 조합이라면 그 자체로는 별 매력요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왕년에 한가닥'했던 여배우들이 동유럽의 보석이라는 크로와티아로 인기 정상의 아이돌 스타를 짐꾼으로 부리며 여행을 떠난다는 스토리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흡인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다. 그래선지 꽃보다 누나 1편은 지상파 웬만한 프로를 다 제압하고 시청률 대박을 기록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제까진 제 손으로 버스 티켓 한 장 한 사본 일이 없을 짐꾼 이승기가 '꽃 누나'들을 모시면서 터키 공항을 한 없이 배회하고 눈물까지 흘리려고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당연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시청률집계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0시 방송된 '꽃보다 누나'는 평균시청률 10.5%, 최고시청률 12.2%를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오후 8시 40분 방송된 '응답하라 1994'는 평균시청률 9.2%, 최고시청률 11.8%를 기록했다.(유료플랫폼 가구기준)
특히 '꽃보다 누나'는 전작인 '꽃보다 할배'(평균 7.1%, 최고 9.8%)를 넘어 지상파를 포함해 남녀 2049 타깃으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 가구 기준으로는 SBS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금요일 예능 강자로 새롭게 등극했다. 또한 남녀 거의 모든 연령대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전국민이 공감할 예능 탄생의 조짐을 알리고 있다.
'운이 따라 주는' 나영석 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 제2탄 tvN '꽃보다 누나' 1화는 왕년의 톱스타 여배우들의 털털한 '쌩얼'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선사했다. 4명의 여배우들은 나이 상의 '위계질서'도 분명하지만 성깔로서도 '서열'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게 더 재밌다. 어린 짐꾼을 혹사하는 듯한 '못된 누나'들처럼 보여서 더 흥미를 끈다. 그러면서도 해보지 않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구슬땀 흘리며 지쳐 돌아온 어린 짐꾼을 다독이며 푸근히 감싸주는 '나이든 여배우'들의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까칠한 왕언니' 윤여정은 전남편 조영남과 함께 했던 10여년간의 미국생활 덕분인지 꽤 유창한 영어솜씨를 보여줘 인터넷 검색어에 '윤여정 영어'가 톱으로 뜰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시인의 딸' 출신인 김자옥은 자신의 히트 송 '공주는 외로워'를 몸으로 보여주듯 다른 여배우들과는 달리 홀로 앉아 '일기'를 쓰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착한 누나'같은 김희애는 이승기의 어설픔을 커버해주는 인간미를 보여줬고 막내 이미연은 이승기에겐 '까칠하지만 맞짱뜰 수 있는 누나'여서 은근슬쩍 말을 놓는 사이임을 보여줘 웃음을 자아냈다.
'꽃보다 할배'에서 노련한 만능 가이드이자 짐꾼이던 이서진과는 달리, '허당' 이승기의 '눈물 그렁그렁한' 모습은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제 겨우 스물 일곱 청년이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혼자서 몰래 울고 싶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하는 모습도 인간적인 친밀감을 주었다. '꽃보다 할배'와는 '배낭 자유 여행'이라는 컨셉은 닮았지만 인생의 쓴맛 단맛 다보며 살아와 감수성 풍부해 보이는 '원숙한 여배우'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미덕인 것 같다. 아무튼 이 5인의 동반 배낭여행자들이 앞으로 열흘 간 보여줄 여행보고서는 꽤나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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