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악수를 요청하는 여성대통령을 빤히 쳐다보면서 악수를 거부한 한 남성이 지금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다. 종편TV에서도 난리가 났다. 주로 보수쪽 나이든 정치평론가들은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이라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있지만 반정부 성향이 짙은 다음 아고라 같은 데선 '박근혜 악수거부'에 대해 '칭찬 일변도'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대한민국 민심은 정확히 양분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의 장본인'은 김한울이라는 노동당 사무국장. 구렛나루를 시커멓게 기르고 여자처럼 긴 머리를 올백으로 잡아맨 품이 범상치는 않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오전9시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 제1투표소에서 투표했다. 박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뒤 투표 참관인들과 한 명씩 차례로 악수했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앉아있던 노동당 종로·중구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이 박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한 것이다. 종편 TV화면에 계속 비쳐진 악수거부 해프닝 장면은 보기에 좀 민망하다. 대부분의 권력자들이 배우자와 함께 나와 포즈를 취했지만 '홀로' 나온 독신의 여성대통령이 애잔하게 보여진다. 그 투표소에 나와있던 대통령보다 훨씬 나이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들도 민망해서 쩔쩔매는 표정들이다.
악수를 거부한 사람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였겠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악수를 야멸차게 거절당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가엽다. 박대통령은 아마 그 시간 이후 오늘내내 아니 내일과 모레까지 아니 두고두고 악수거부당한 걸 생각하면 속이 상할 것 같다. 이런 류의 '수모'를 대통령은 아마 처음 당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악수를 '감히' 거부한 당사자인 40대 정도로 보이는 그 남성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투표를 마친 후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자가 어울리지 않게 대통령이랍시고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악수에 응하지 않았다"고 악수 거부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이 악수를 거부한 순간 카메라 셔터가 연신 터졌지만 청와대 춘추관의 보도 통제로 그 사진이 보도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견해까지 밝혔다.
그 남성은 또 기자들에게 "신변을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사회가 참 빨리 후퇴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면서 "또 부정적으로 반응하시는 분들을 보며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분들이 계시는구나 싶었고, 무엇보다 대통령을 선출된 대표자가 아니라 왕처럼 보고 계신 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예측과는 정반대로 '대통령의 악수를 거부한 남자'에 대해 각 매스컴에선 경쟁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 문득 지난 대선때 후보자 토론회에서 '박근혜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말한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생각난다. 이정희가 그렇게 말한 덕분에 보수표는 대결집을 했고 박후보는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됐었다.
지금 세월호 대참사 이후 박대통령의 지지율은 10% 이상 한참 추락했다. 하지만 오늘 우락부락해 보이는 노동당 남성당원으로부터 악수를 거부당한 박대통령의 지지율은 '동정심'을 얻어 올라갈 것 같다. 노동당 당원은 깡 좋게 대통령 악수를 거부한 그 순간은 시원했겠지만 대통령을 안쓰럽게 여기는 적잖은 노년층들로부터는 큰 지탄을 받을 것 같다. 게다가 보수쪽 사람들이 나서서 '우리 대통령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이라도 벌일 듯 싶다.
아무리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저런 식의 '안하무인'태도를 보인다는 건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중도층 사람들의 마음마저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게 할 것 같다. 올해 58세인 박대통령의 남동생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저 노동당 당원은 진보쪽 사람들 사이에선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을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보통사람들 마음은 사지 못했을 듯 싶다.
어쨌거나 박근혜 대통령, 국민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냉대를 받은 오늘 하루 무척 놀라고 심란해 잠 못이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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