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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불어터진 국수와 경제민주화 - 박 대통령 발언 정면 비판한 ‘친박’ 이혜훈

스카이뷰2 2015. 2. 26. 12:17

                                                        

                          이혜훈                                             박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며칠전 청와대 회의에서 말했던 ‘퉁퉁 불어터진 국수’와 '불쌍한 경제'이야기가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 한동안 '죽어지내던'새정련 국회의원 이해찬은 어제 국회에서 왕년의 독설솜씨를 뽐내며 박대통령의 이 '불어터진 국수론'이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화법이 아니라며 훈수 두듯 비판했다. 이해찬은 또 대통령이 '유체이탈화법'을 쓴다면서 대통령이 그러면 안된다고 나무라는 투로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세월호참사'때 박대통령이 7시간동안이나 '대면보고'하지 않고 국가가 손놓고 있었던건 '살인행위'라며 목청을 돋웠다. 이제껏 참고 있느라 몹시 애쓴 표정이 역력했다. 10여년 전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말싸움하던 이해찬 당시 총리가 떠올라 웃었다. 이러니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존재라는 말이 나오나보다.

 

이해찬뿐만 아니다.야당의 입달린 의원들은 한결같이 살판난듯 대통령의 '실언'에 요때다하고 달겨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진보정당쪽 여성대표는 우리 국민은 불어터진 국수 한 가닥이나마 얻어먹고 싶어한다며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아냥댔다. 대통령입장에선 모처럼 '쉽고 재밌는 비유법'으로 안풀리는국정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고백한 건데 '아량없는'야당인사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누가봐도 박대통령의 이 '불어터진 국수론'은 야당에게 아주 좋은 공격거리였다. 대통령으로선 어쩌면 야당의원들이 이렇게 나올줄은 이미 예상했을 것이다.사실 대통령의 이 국수발언은 작년에도 한 차례 나온 얘기다. 세상이 하도 시끄럽게 돌아가다보니 1년전 발언쯤은 아예 새카맣게 잊혀진 것이다. 어떤 종편 보도에선 대통령이 워낙 국수를 좋아하다보니 국수를 비유로 자주 드시는 것 같다는 친절한 해설까지 내놓고 있다.

 

어쨌거나 야당의 공격도 박대통령으로선 심기가 상할 법한데 하물며 한때 '친박 중의 친박'으로 알려졌던 새누리당 최고위원출신 이혜훈이 '겁도 없이' '감히' 대통령의 국수발언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왔다는 건 대통령으로선 '용서'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작년 서울시장 후보경선에도 나왔던 이혜훈은 '경제전문가'로서 자신의 견해를 방송에 나와 말하면서 '무엄하게도'대통령이 뭘 잘못알고 있는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거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내수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3법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해야 하는 거라고 강조한 것이다. 말은 맞는 것같은데 아무나 할 수 있는 쓴소리는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박대통령으로선 가장 아픈 대목이 이 경제민주화 부분일 것이다. 대선후보시절 가장 긴밀한 장자방역할을 했던 75세 김종인의 '회심의 역작'이라는 이 경제민주화는 사실 야당의 캐치프레이즈였어야했는데 여당이 먼저 채가는 바람에 야당측에서 볼땐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를 찔린 '아까운 물건'이었다.

 

그만큼 지금 이시대는 경제민주화에 목말라하고 있는 중이다. 2012대선 당시 박근혜후보는 이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으면서 '청와대 입주'에 성공했다. 그 이후 적잖은 국민은 경제민주화가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웬걸 박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대신 슬그머니 경제활성화를 꺼내들었고 요샌 대통령 앞에서 경제민주화를 입초시에 방정맞게 올리는 '멍청이'는 한 명도 없다는 풍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세 아들을 둔 덕인지 '겁없는 아줌마'스타일이라는 이혜훈이 박대통령이 모처럼 맘먹고 재밌게

묘사한 '퉁퉁 불어터진 국수론'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이건 어쩌면 대통령의 권력에 누수현상이 생겼다는 작은 암시같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레임덕이 왔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선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대통령의 발언에 '시비'를 거느냐 말이다.

 

이혜훈은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박 대통령의) 그런 인식은 부동산 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부동산 3법은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포문을 열었다부동산 3법은 초기에는 (주택) 매매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기는 하겠지만, 건설 경기가 전체 경기를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좀 무리다, 부동산 3법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굉장히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게 이혜훈의 주장이다.

 

대통령에게 매서운 경고까지 날린 셈이다. “지금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부동산 3법의 효과이다”라는 자상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사실 박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불면 탓인지 좀 쉰 듯한 목소리로  “경제를 생각하면 저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난번 부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인데 그것을 그냥 먹고도 우리 경제가, 부동산이 힘을 좀 내가지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활성화되고 집 거래도 많이 늘어났죠. 불어터지지 않고 아주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났겠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TV화면으로 지켜보면서 야당쪽에서 좀 시끄럽게 난리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야당은 차치하고 한때 대통령의 '수족'처럼 가까웠다던 친박 이혜훈이 '금기어'가 되어가고 있는 경제민주화 카드를 들고 나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내수 침체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며 방송에대고  대통령에게 대항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는 건 JP가 이완구에게 말했듯 '섬세한 여성 대통령'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배신적 화법'이었을 듯하다.

 

하지만  쓴소리가 명약이라는 걸 감안해 볼 때 이혜훈의 이런 주장은 대통령이 새겨들을 만하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인데 부동산 경기로 내수를 살리기는 어렵다. 내수가 침체돼 있는 것은 서민들이 지금 주머니가 비어 있어 사고 싶은 물건들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과거에는 수출이 잘되면 온 국민의 주머니가 두둑해졌는데 지금은 소위 ‘낙수 효과’가 실종돼 대기업이 아무리 돈을 벌어도 그 돈이 중소기업이나 근로자, 소상공인들에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 이 물이 제대로 흘러가게 해 주려면 ‘경제 보일러 공사’에 해당하는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

 

이 정도의 경제 이론은 어쩌면 웬만한 경제학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평범한 진단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들으라고 이렇게 과감하게 말한다는 건 그 용기가 제법 가상하다. 하나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보일러가 고장난 상태에서는 아무리 불을 때도 아랫목은 절절 끓어 장판이 타는 상황이지만 윗목은 냉골인 채로 그대로 있다.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보일러 공사를 해서 아랫목의 온기가 윗목으로 갈 수 있도록 뚫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니 경제민주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거다.

 

새해들어 대통령은 '경제의 골든타임'을 부르짖으며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누누히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이 그 정도로 경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이혜훈이 주장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 카드도 한번쯤은 다시 헤아려볼 때이기도 한 것 같다. 국민 대다수가 '경제민주화'를 해야한다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마당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경제고위 관료들 중 이 경제민주화를 대통령면전에서 꺼내들었다는 소리는 풍문으로도 듣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대한민국 경제 아니 대한민국 정치는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적잖은 세금내고 있는 평범한 국민으로서 절로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