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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비서실장의 관운(官運)과 청와대의 후보 발표 막전막후 드라마

스카이뷰2 2015. 2. 28. 15:41

 

            박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                                             

                      2월  27일  임명장을 받은 이병기 비서실장.                                                                                                                                                                                                                                                                                                                                                                                                                                                                                           

 

 

 

아침신문엔 김기춘 실장 후임으로 드디어 마사회 현명관 회장의 ‘낙점’이 거의 확실할 것 같다는 추측성 보도가 실렸다. 그걸 보는 순간 문득 승마선수를 딸로 둔 정윤회라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그러나 매스컴에서 그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서 친구처럼 착각될 정도로 지명도 높은 환갑의 남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의 ‘촉’으론 현명관은 아니었다. 점쟁이는 아니지만 75세의 마사회장 현명관은 일찍이 그가 제주도지사에 도전하던 시절부터 나는 그의 낙선을 확실하게 예언한 적도 있었다. 나이도 나이지만 현명관에게선 고위관직에 어울리는 ‘그림자’가 별로 어른거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보수편향적 아침신문에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현명관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한 것에 고개를 갸웃둥할 수밖에 없었다. 아닌데... 종편TV에선 호재 만난 듯 유력후보 현명관의 모습을 계속 보여줬는데 그 모습을 보니 역시나 ‘아니다...라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정오뉴스부터는 아예 ‘생중계’하듯 종편에선 목청 높기로 소문난 불안스런 목소리의 남자 앵커가 ‘현명관’을 부르짖다가 별안간 “좀 전 들어온 속봅니다. 현 회장은 일단 아닌 걸로...”라는 속보를 무슨 비밀이라도 전하듯 별안간 저음으로 톤을 바꿔 전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코믹한지 소리 내어 웃었다.

 

내 기억으로 대통령 비서실장 뽑는데 이렇게 온 국민이 TV 생방송뉴스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후보자가 바뀌고 있다는 ‘정치 코미디’를 지켜본 건 난생처음이다. 예전엔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통해 대통령이 비서실장에 누구를 임명했다는 소식을 간단하게 알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러니 작고한 노무현전대통령이 '대통령 노릇 못해먹겠다'는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자 문득 박대통령에게 연민의 정마저 느껴졌다. 일개 평범한 국민 주제에 외람되게시리 최고 권력자 대통령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꼈다는 건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대통령의 ‘비서실장 극비 임명 작전’이 對국민 감정 호소라는 측면에선 점수를 얻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反朴세력들로부터는 '불어터진 국수'같은 무능한 인사실책이라며 공격받기 딱 좋은 소재겠지만 말이다.

 

드디어 오후2시 정각, 네모돌이로 생긴 청와대 대변인이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낭랑한 목소리로 이병기국정원장이 비서실장에 임명됐다는 걸 알리는 순간 조금은 놀랐다. 그동안 매스컴의 하마평에 오르락내리락했던 15,6명의 내로라하는 후보자들이 ‘고배의 잔’을 마시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기야 그 후보자들 중 이명재나 한덕수 같은 ‘명망가’들은 그 ‘존귀한 자리’를 한사코 고사했다니까 실망한 후보들은 13,4명으로 압축된 셈이다.

 

어쨌거나 B형인 박대통령은 언제나처럼 혈액형 도망은 못가고 ‘마이 웨이’ 스타일로 뉴스를 접한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며 현역 국정원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자신을 보좌하게 하는 ‘빅뉴스’를 비서실장 ‘유고’ 46일만에 드디어 국민에게 알렸다. 참 오래도 끈 인사였다. 그야말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리도 울었나보다...

 

사실 비서실장은 대통령 맘에 드는 사람이면 청문회도 없겠다 그저  아무나 시켜도 되는데 그걸 그렇게 끌다가 현역 국정원장을 떡하니 데려왔다는 건 어찌보면 코미디의 극치로도 보인다. 대통령의 이런 인사에 대해 입 달린 정치인들은 개나 소나 모두들 나서서 한 마디씩 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야당인사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를 대통령에게 헌정한다는 비아냥의 코믹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특히 입바른 소리 잘하는 노회찬이나 심상정 같은 진보야당 쪽 인사들은 앞다퉈 침튀기며 비난전선에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 여당의 유승민같은 사람도 제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조금은 유감’운운하면서 ‘감히’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대해 편치 않는 소리를 쏟아냈다.

 

여당대표 김무성은 ‘차기’를 의식해선지 대통령과 될수록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듯 “잘 하시리라 기대합니다"라는 성의없는 코멘트를 하며 헛웃음을 날렸는데 그 모습자체가 코미디였다. 그만큼 현역 국정원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직행했다는 건 사실 좀 모양새가 우스웠던 건 사실이다. 아마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의 언론에선 해외토픽으로 실었을지도 모르겠다. 좀 심각한 시각으로 본다면 '국정운영의 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난산 끝에 얼굴을 내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의 얼굴이 클로즈업돼 TV화면에 비치는 순간 내 뇌리에는 TV사극에 등장하는 사려 깊은 ‘상선어른’의 이미지가 오버랩 됐다.

주상전하를 극진히 모시며 궁궐 안의 대소사를 손아귀에 꽉 틀어쥐고 늘 몹시 신중한 자세로 대궐안팎을 바삐 돌다니던 상선어른!

 

얼굴이 남보다 꽤 커 보이는 신임 실장의 조붓한 입매나 얼핏 누구와도 눈을 잘 마주치진 않지만 휙 일별할 땐 ‘성깔’있어 보이는 눈매가 영락없는 상선어른이다. 대궐의 ‘군기반장’ 상선어른으로선 손색이 없는 네모난 큰 얼굴의 신임 실장이야말로 어쩌네저쩌네해도 어쩌면 ‘적임 실장’같네 라는생각마저 들자 실소가 절로 나왔다. 나 원 참!

 

보도에 따르면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예전의 명문 경복고와 서울대외교학과를 나왔고 외무고시 출신에 노태우 시절 의전수석비서관등으로 청와대에서 5년 내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모셨다고 한다. YS시절엔 소통령 김현철과의 경복고 선후배학연 덕분인지 안기부 2차장까지 지냈고 이회창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핵심멤버로도 맹활약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차떼기정당으로 이미지 확 구겨져 다신 살아날 수 없는 정당으로 몰락해가는 걸 ‘천막당사’ 아이디어를 내 당을 살려내는데 일조한 ‘공신’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재주가 뛰어나면 그늘도 있게 마련이라 한때는 ‘공작정치 전문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10년 가까이 야인으로 지내다가 지난번 대선에 박근혜후보의 멘토로 후한 점수를 확보했다.

 

그 덕분에 이 정부 들어서 주일대사와 국정원장이라는 노른자위 직책을 불과 2 년만에 속성 마스터하고 청와대 비서실장공관으로 어제 이사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병기실장은 한마디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관운’의 소유자라는 얘기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구중궁궐 ‘상선어른’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관운이 따르는 듯한  이미지 덕분인 것도 같다.

 

어쨌거나 ‘상선 어른’ 이병기의 등장으로 정윤회 파동 이후에도 여전히 청와대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문고리 3인방’도 이제는 눈치를 좀 봐야할 것도 같다. 77세 노인 김기춘의 말쯤이야 우습게 넘겨버렸을 수도 있었던 ‘진짜실세’라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아직 ‘청년기운’이 남아있어 보이고 ‘경력’으로나 대통령과의 인연으로나  함부로 얕보기는 쉽지 않은 ‘상선어른' 이병기의 취임으로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김기춘시절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졌던 청와대 기강은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그렇기에 구중궁궐 ‘청와대표’ 정치드라마는 아직 시청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