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네이션' 최신호 표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자인 아버지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다"
왜 미국의 '정통 언론사'들은 잇따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싣고 있는 걸까. 요 몇년 새 미국 유수의 언론사들이 한국 정치에 이렇게 노골적인 우려를 표명했던 건 별 기억에 없다. 아무래도 기분이 언짢다. 일종의 내정간섭이라고나 해야할까. 하지만 그들의 지적이 아주 터무니 없는 헛소리는 아닌 듯싶다. 오히려 우리 언론이 애써 외면하려는 '현실'을 정확히 분석해서 '훈수'하는 것 같기도해 이래저래 씁쓸하다.
1865년에 창간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주간지 '더 네이션'지는 며칠 전 뉴욕 타임스 사설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강압적 통치행위'를 강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대대적으로 실었다. 바로 엊그제 일이다. 바로 그 순간 대통령은 머나먼 프라하에서 고운 한복 차림으로 국위선양에 힘쓰고 있는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지난번 뉴욕타임스가 사설에서 우리 대통령을 비판했던 바로 그 무렵에도 대통령은 외국순방 중이었다. 오늘(5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 대통령으로선 이런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접했다면 엄청 기분이 상했을 듯 싶다. 해외언론이 뭐라하든 말든 별 신경쓸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미국의 지식인들이 주로 구독한다는 이 네이션이라는 주간지는 지난 12월2일(한국시각)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탄압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독재자였던 부친의 발자국을 따가면서 새누리당의 권위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탄압하고 있다(Following in the footsteps of her dictator father, South Korea’s President, Park Geun-hye, is cracking down on labor and citizens groups opposed to the increasingly authoritarian policies of her ruling “New Frontier” party known as Saenuri)"고 보도했다. 그런 지적이 옳고 그른 걸 차치하고라도 박대통령으로선 일단은 매우 아픈 지적이 아닐 수없다.
이 주간지는 또 박 대통령이 복면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고 이에 맞춰 검찰과 경찰은 집회를 금지하고 강경대처 일변도로 나아가고 있다고도 보도하고 있다. 이어 "박 대통령의 행동은 한국 내부적으로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박정희 장군은 1961년 권좌에 올라 79년 암살당할 때까지 철권을 휘둘렀는데, 이 시기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조직을 만들려던 학생과 노동자들을 (박 정권이) 야만적으로 억압했다"는 되새기고 싶지 않은 '아픈 역사'를 직설적으로 썼다.
그러면서 "지난 6개월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이 노동자들을 더욱 쉽게 해고하는 법을 추진했는데, 이 법의 핵심목적은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를 더 늘리는 것으로, 한국은 산업화된 국가 가운데 이미 가장 높은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해설도 덧붙였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일단 한국인으로선 불유쾌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왠지 우리를 아래로 보는 듯한 그 마인드가 느껴져 더 불쾌하다.
이 매체는 "박대통령의 이같은 탄압은 세계의 노동활동가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며 "한국은 노조권리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하층민 신세"라는 영국 노조연맹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글쎄다. 과연 한국의 노조는 모두 옳은가라는 '보수적 질문'에 그들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모두 옳은 건 아니겠지만 며칠 사이에 미국 최대 일간지라는 뉴욕타임스와 오랜 전통과 정론 보도를 자랑한다는 주간지 네이션에서 연달아 대한민국 최고통치자와 그 부친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건 아무래도 상서로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네이션지는 현재 한국에서 초미의 관심거리인 국정교과서 문제도 놓치지 않고 지적하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친일행각을 벌인 박정희의 독재적 유산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며 "탈색된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동기 가운데 하나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것"이라는 뉴욕타임즈 사설까지 소개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같은 미국 언론사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모양새다.
네이션 [The Nation]은 현재 뉴욕에서 발행되고 있는 주간지로 남북전쟁 직후인 1865년에 법률가이며 저널리스트였던 에드윈 가드킨이 창간했다고 한다. 1881년에 《이브닝 포스트》가 사들였으며, 이 신문의 주간판이 되었다. 그 후로 발행자가 몇 차례 바뀌었지만, 일관되게 진보적인 소수 의견의 입장에서 편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탄압받는 한국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그들 특유의 시각으로 다뤘다는 얘기다.
네이션은 한때 <뉴욕의 치부>(1959), <CIA>(1961), <부패사회>(1962) 등과 같은 대담한 특집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정치 ·경제에 대한 기사와 연극 ·영화 ·서평 등에서도 날카로운 논평이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최고 4만 3,000부까지 발행되었으나, 현재 발행부수는 3만부정도라고 한다 . 그렇게 많이 팔리는 매체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지식인 사회'에서 애독한다는 주간지라는 점에서 그들의 이번 지적을 무시하긴 어려운 것 같다.
In South Korea, a Dictator’s Daughter Cracks Down on Labor
By Tim Shorrock
The government has banned a massive rally scheduled for this weekend,
but activists are vowing to defy the order.
Following in the footsteps of her dictator father, South Korea’s President, Park Geun-hye, is cracking down on labor and citizens groups opposed to the increasingly authoritarian policies of her ruling “New Frontier” party known as Saenuri.
The situation could reach a critical point this weekend, when tens of thousands of workers organized by the Korean Confederation of Trade Unions (KCTU) join forces with farmers, students, and other civic organizations in a national action in Seoul to protest Park’s conservative labor, education, and trade policies.
On Saturday, the Seoul Metropolitan Police Agency banned the march, with Park’s Justice Minister Kim Hyun-Woong vowing to “uproot illegal and violent demonstration…no matter how much sacrifice is required.” Meanwhile, the president herself equated the protesters—some of whom wear masks as protection from riot police—to terrorists.
“Given that the extremists of the Islamic State group hide their faces, we should ban demonstrators from wearing masks in the future,” Park said, before flying off to Paris for this week’s Climate Change Conference. She last visited Washington in October, when President Obama, her country’s strongest ally, promised that the United States “will never waver” in its commitment to South Korea.
But inside Korea, her actions have brought back memories of her father, General Park Chung Hee, who seized power in 1961 and ruled with an iron hand until he was assassinated in 1979 by the director of the country’s equivalent of the CIA.
In 1979, Park’s government was in the midst of a savage repression of workers and students who were trying to organize for improved conditions and livable wages during a time of rapid, export-led economic growth. After his death, conditions worsened when another general, Chun Doo Hwan, took over in a bloody coup that culminated in the Kwangju citizens’ uprising, which was put down with assistance from the United States. Chun continued Park’s draconian treatment of unions and dissidents for nearly a decade.
A democratic system was finally established in 1987 after millions of Koreans filled Seoul’s streets for weeks, demanding an end to military rule and for direct elections of their president. It was out of that tumult, and a series of famous industrial strikes, that the KCTU was born. It is now the country’s second-largest union group and by far the most militant.
<아래 네이션 홈페이지 주소 소개합니다.12월2일자 world란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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