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캡처
좀전 인터넷 뉴스란에서 "5평 방에서 동생 둘 보살피며…네티즌 울린 서울대 가장의 사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정도였다. 기사를 다 읽고나서 몇 년전 일본열도를 감동에 젖게 했던 '우동 한 그릇'이 떠올랐다. 해마다 12월 마지막 날이면 가난한 세 모자가 우동 집에 들러 한 그릇의 우동을 나눠먹었는데 아들들이 훌륭하게 자라나 노모를 모시고 우동을 사먹으러 다시 찾아 왔다는 미담이다.
오늘 본 이야기는 그 일본 세 모자 이야기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다. 어제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페이스북 익명 제보 페이지에 올라온 서울대를 졸업한다는 소년가장 이야기다. 소년이 12세 때 일곱살과 두 돐이 갓 지난 아기 동생을 남겨두고 부모가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소년가장으로 삶의 최전선에 내던져진 소년의 스토리는 눈물겨울 정도로 장엄했다. 하지만 금방 우리 블로그에 올리기가 꺼려졌다. 행여나 며칠 뒤 "그 이야기는 조작된 것이었다"라는 정정보도가 나올까봐서였다.
그 페이스북 스토리를 몇 번이나 읽어보면서 결국 우리 블로그에 일단 소개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 그 이야기가 '픽션'이라해도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런 종류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목말라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고 픽션이라도 요즘 이 나라에 떠도는 온갖 '못된 이야기'들보다는 훨씬 아름답기에 우리 블로그에 올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정정보도가 나오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소년가장 출신 서울대생의 감동적인 '위대한 삶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소년가장 출신인 이 학생은 "나는 가장이다. 엄마아빠는 둘 다 고아라고 했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고 결혼했다고. 내가 열두 살 때, 두 분은 버스사고로 돌아가셨다"면서 "공부를 하고, 새벽에는 배달을 하고, 동생 둘과 함께 다섯 평짜리 방에서 셋이 잤다. 학교에서 장학금도 줬다. 수급자비도 정부에서 줬다 그 지원도 여전히 끊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소년가장이 이렇게 꿋꿋이 살아오게 된 뒤에는 '주인집 아줌마'덕이 컸다고 한다. 그 아줌마는 어린소년이 매월 5만원씩 꼬박꼬박 저금할 수 있도록 해줬고, 학업을 포기하려 했던 이소년에게 대학 진학을 설득한 것도 주인집 아주머니였다고 한다. '기회균등 전형'으로 소년은 서울대에 입학했고 드디어 올봄 졸업한다. 일곱살짜리 동생은 이제 고3이 됐고 돌잡이였던 막내는 중학생이 됐다는 것이다.
이사를 한 후 이 서울대생은 고구마케이크, 음료 세트를 사들고 동생들과 함께 '주인집 아주머니'께 인사드리러 찾아갔다. "아줌마는 고생했다고 우리 등을 다독여주셨다. 큰동생은 고3, 작은동생 이제 중학생이 된다"면서 "아줌마는 정말 빠르게 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괜히 눈물이 났다. 결국 우리 넷은 울었다"고 고백했다.
이 서울대생은 "아줌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며 "저는 이제 졸업을 합니다. 아줌마, 다 아줌마 덕분입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로 주인집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아마 여기까지 읽고 뭉클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안도의 눈물' 혹은 '감사의 눈물'을 흘린 네티즌이 한 둘이 아닌 듯하다.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500여개의 댓글로 이 학생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른 네티즌도 2만5000명이 넘는다. 그만큼 공감의 폭이 넓었다는 얘기다.
네티즌들은 이런 의견을 남기고 있다.
“노력한 당신에게 정말 소중한 인연이 함께 했네요. 좋은 인연,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며, 모두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정말 고마운 인연, 아름다운 인연이네요... 사회에서 꼭 성공하셔서 아줌마 같은 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헬조선도 아니고, 흙수저라도 노력하기에 따라서 충분히 성공할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헬조선과 금수저는 부모품에서 온갖 보호 다 받은 철부지들의 푸념일 뿐이다.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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