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김무성 옥새투쟁 무공천 파동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스카이뷰2 2016. 3. 25. 17:04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다음뉴스 사진)





어제(24일) 오후 2시반, 새누리당대표 김무성은 젊은 기자들을 불러모아놓고 '폭탄선언'을 했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5개 지역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여성대통령을 향해 정면 항전을 선포한 것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각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소리도 들린다.


김무성은 젊은 기자들에게 이런 '말폭탄'을 던져놓고는 비행기타고 부산 영도다리로 내려갔고 조금후 새누리당 원내대표 원유철이 그 뒤를 따라 내려가 두 남자는 자갈치시장에서 소주와 회를 곁들인 저녁을 먹었다는 TV뉴스는 거의 코미디였다.  김무성이 옥새를 들고 갔네아니네 하는 보도와 옥새를 새로 파네 어쩌네 하는 보도 역시 웃을 일 없는 서민유권자들에겐 모처럼 웃음거리였다.


'김무성 폭탄선언' 이후 온 매스컴은 난리가 났다. 금세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건국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난리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김무성의 30시간의 법칙'은 또 통해서 하루 반나절도 안돼 김무성은 타협안을 내놨다. 물론 '마감시한'을 앞두고 다급해진 친박들의 읍소작전 덕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5개 무공천지역구 중 '만만한 3곳'만 무공천으로 하고 여성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들로 분류되는 행자부장관 출신 후보와 국무총리실장 출신 후보 등 두 명은 '살려주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곳 모두 대구다.  선거판세가 너무 우습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진풍경이 벌어졌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 정계 최고의 핫이슈였던 유승민과 대통령을 '유신의 딸'로 폄하했던 이재오 지역구를 비롯 네 곳이 모두 공교롭게도  소위 '진진박'의 골수 '박근혜맨'들이 공천 받은 곳이었다. 그러니까 평범한 국민들이 볼 때 이건 아무래도 '김무성이 대통령과 맞짱 뜨겠다'는 소행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구경중에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지만 '엄중한 국사'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무성대장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는 '장비스타일'의 김무성도 '무서운 여성 대통령'에겐 감히 정면도전하는 게 두려워 '친박과 쇼부'쳤다는 비아냥도 나돌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누구는 살려주고 누구는 죽이느냐며 낙마한 당사자들의 '법적 항의'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거의 '인격 살인' 수준으로 입후보자들에게 큰 상처를 줄 것이다. 


좀전 종편TV에는 유승민 지역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내정됐다가 낙천된 후보가 거의 실신지경의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더듬거리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장면이 나왔다.  김무성대표님을 만나게 해달라는 그의 간절한 외침을 아랑곳않고 김무성과 새누리 지도부는 '뒷문'으로 빠져나갔고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그 후보가 절규하는 사진도 보도됐다.   


모난 놈 옆에 있다 정 맞거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김무성의 이 '폭탄선언'으로 인해 합법적으로 새누리 공천을 받았던 남성 후보 3명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된 셈이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는데 이들이 가만 있을 리 없을 듯 싶다.


이렇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픈 정치드라마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공당의 공천이 무슨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줬다가 뺐는'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건 대한민국 정치수준을 또 한번 후퇴시킨 것이라고밖에 달리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이 아끼는 곳들, 혹은 너무 싫어하는 후보들만 골라서 '5개 무공천 지역'을 선포했다는 건 김무성이라는 올해 66세된 남성이 그동안 가슴속에 얼마나 깊은 한을 품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해도 가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정략적 판단'에 의해 '쇼'를 한 것이라는 혹평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일이 백주대낮에 버젓이 벌어졌다는 것, 그것도 후보 등록마감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일어났다는 건 전대미문의 꼴불견 사태다.


알려진대로 이번 공천에서 새누리당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혹평'을 받았다. 물론 이런 지적은 야당인 더민주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튼 '공천괴담'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김무성이 폭탄선언을 한 건 8할은 새누리 공관위원장과 그 윗선 탓이라는 동정어린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얼마전까지 김무성은 젊은 기자들이 질문을 하면 "내가 지금 입열면 나는 망한데이"라며 함구정치를 해왔었다. 꽤나 비장한 말임에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웃음부터 절로 나올 정도였다. 남의 일이니까 웃음이 나오겠지만 그 바닥에서 부대끼는 사람들에겐 예삿일이 아닐 듯 싶다. 명색이 집권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어린 기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신세한탄한다는 자체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말한다고 볼 수 있겠다.


반면에 이번 '김의 전쟁'은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의 친박세력들 그리고 여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에겐  좌시하기 어려운 '어이없는 일' 혹은 '괘씸한 일', 혹은 '용서받기 어려운 폭거'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왜 아니겠는가. '매너'를 중시하는 여성대통령 입장에서 김무성의 이런 '무례함'은 도저히 묵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어젯밤 대통령은 그 넓은 청와대 안방에서 새벽까지 잠못 이뤘을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김무성에 대해선 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대통령은 이번 일로서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 종료했으리라 본다. 한번 눈밖에 난 사람에겐 결코 '용서'가 없다는 풍문이 돌기에 김무성이 대권후보로 성공하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듯하다 . '찍히면 죽는다'는 저잣거리 농담이 청와대쪽에도 해당된다는 얘기가 무게있게 들리는 걸 보면 김무성의 운명은 풍전등화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번 '거사'로 김무성의 존재감이 높아졌다는 후한 평도 나오고 있지만 그건 잠시일 뿐이다. '현직' 대통령을 이기는 소위 '미래권력'이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현직대통령은 차기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긴 어려워도 떨어뜨릴 힘은 얼마든지 있다는 '전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게 이 바닥 정설이다.


'여성대통령의 명'을 받든 친박들이 그토록 제거하려던 '유승민' 하나를 어떻게 해보지도 못한 채 '대통령 스타일'만 왕창 구겼다는 점에서 이번 새누리 공천시나리오는 가히 '역대급 저질 드라마' 반열에 들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총선 후 '고위직'을 예약받았다는 소문이 떠돌던 공천관리위원장의 '꿈'은 이번 무공천 파동으로 대통령의 '역린'이 공격당한 탓에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은 더민주 문재인에 이어 차기 대선주자 2위를 차지하고 있던 김무성으로선 점차 약해지는 자신의 위상을 다시한번 일으켜 세우기 위해 시도한 '거사'였겠지만 결국 김무성의 이런 행태는 또 하나의 '꼼수'로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비열한 기운'마저 감도는 이번 '김의 전쟁'은 국민들로부터 아주 저급한 정치행태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무성 개인으로선 당장의 '실리'는 챙겼겠지만 말이다.


그렇지않아도 오늘 나온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김무성은 지난주보다 3% 가까이 내려간 13%로 2위자리를 간신히 지키긴 했지만 1위 문재인이나 치고올라온 오세훈이 상승세를 탄 것에 비해 안철수와 함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날이 그리 밝아보이진 않는다. 이런 '비열한 꼼수'가 판치는 정치판을 국민들이 좋게 보았을 리 없을 것이다.  


한편의 '수준 낮은 정치쇼'를 연출하면서 김무성의  '대권가도'에는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본다. 물론 야당 지지자들에겐 '김무성의 쾌거'로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박수는  '표'로 연결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김무성의 지지율은 회복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뒷끝'이 강하다는 여성대통령의 심기를 또다시 불편하게 했다는 점에서 김무성의 대선 가도에는 아무래도 빛보다는 어둠이 더 강하게 닥쳐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