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은 누구?
"실세는 정윤회가 아니라 최순실"
9월20일 아침 한겨레 신문에선 소설보다 드라마보다 훨씬 재밌는 기사가 톱을 장식했다.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요란스럽게 나돌던 '최고 권력자의 말벗' 최순실이라는 여성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독자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8백억원에 가까운 '재벌들의 돈'이 불과 며칠 새 미르재단과 K 스포츠 재단 창설자금으로 뚝딱모여졌고 그 배후에 이 최순실이라는 여성이 '큰손' 노릇을 했다는 보도였다.
한겨레측에선 이 기사를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보도했지만 사실 이 내용은 몇 달 전 TV조선에서 터져나왔었다.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와 한판 싸움을 벌이던 조선일보가 그 신문사 주필이'억대의 접대'를 받았다는 여당 국회의원의 폭로 이후 급격히 '화해모드'로 들어가면서 슬그머니 시야에서 사라졌던 이야기다. 그러다가 얼마 전 한 진보매체에서 심층 보도로 다뤘고 이번에 국회가 열리면서 다시 크게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선 아무래도 박근혜 정권이 이 '수백억대 재단 창설'로 인해 큰 화를 입을 것 같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는 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극우신문에 대한민국 독신 여성대통령을 둘러싼 소설같은 이야기들이 돌아다니는 판국에 이렇게 정권을 흔들어대는 '스캔들 성' 보도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건 불길한 조짐이 확실해 보인다.
그래선지 어제 하루종일 인터넷 검색어 1위는 바로 '최순실'이 차지했고 자정이 넘은 이시각에도 굳건히 검색어 1위를 지킬 정도로 네티즌들의 '최순실'에 대한 검색열기는 대단하다. 이제까지 '소문'으로만 떠돌던 60세의 최순실은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였던 그 유명한 故 최태민씨 (1912~1994)의 다섯째 딸로 20대초반, 당시에는 '큰영애'의 신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부친 덕분에 '알현'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오늘날까지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을 '그림자 내조'하듯 대통령의 친동생들보다 훨씬 더 친밀하게 지내온 여인이었다. 말하자면 실질적인 가족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부에서 '최순실이 실세'다라는 소문이 나온것도 아주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다.
20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최순실에 대한 기사 몇줄이 눈길을 끈다. “권력의 핵심 실세는 정윤회가 아니라 최순실이다. 정윤회는 그저 데릴사위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전직 청와대 관계자)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고, 최순실은 오장육부다. 생살은 피가 나도 도려낼 수 있지만 오장육부에는 목숨이 달려 있다.”(청와대 내부 관계자)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라는 최순실은 이번에 K스포츠 재단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의 역할과 비중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인 최씨의 발언은 아직까지 전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태지만 청와대측에서 대변인이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펄쩍 뛰고 있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큰 '사달'이 벌어질 것처럼 보인다.
다 알려졌듯이 박대통령이 20대 초반 '퍼스트레이디 대행'시절 멘토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는 최태민씨의 영향으로 최순실은 박대통령과 '둘도 없는 친구이자 말벗'으로 지냈고 박대통령이 10.26 사태로 대통령 아버지를 잃고 외롭게 보냈던 18년간의 '야인시절'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박대통령으로선 친동생들보다 더 정이 든 여인일 것이다.
박대통령이 1998년 정계 입문때는 최씨의 남편 정윤회가 '측근'으로 그녀를 도왔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유세 현장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대통령이 피습 당하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최씨가 극진히 간호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
최씨는 1996년 정윤회씨와 재혼해 같은 해 딸을 낳았다. 정씨와는 2014년 5월 이혼했다. 몇 달 전엔 정씨가 '재산분할 청구권'소송을 내 매스컴을 타면서 순실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서원으로 개명했다는 사실도 보도된 적이 있다. 작년에 승마선수로 이대에 '특기생'으로 입학했던 딸은 올해 결국 '이목'이 피곤했던지 지금은 독일 유학중이라고 한다.
이혼한 전 남편이 재산분할을 신청할 정도로 그녀는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100억원대를 호가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빌딩을 비롯해, 강원도 평창군과 경기도 하남시 등에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들 부동산이 “부친 최태민 목사의 돈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1980년대 박근헤 대통령이 이사장으로 있던 육영재단 부속 유치원을 운영하기도 했던 최순실은 재단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대통령의 동생들과는 '소원한 관계'였다는 풍문도 떠돌았다.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이 박 대통령과 사적인 관계를 넘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2014년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윤회 동향문건 파동’과 함께 실세로 지목된 최씨는 한 차례 매스컴을 탔었다.
2013년엔 승마를 하는 외동딸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승마협회 조사·감사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가 최씨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자 담당 국장과 과장이 경질됐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이 문체부 장관을 불러, 조사를 진행한 국장과 과장을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그 공무원들의 경질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사실 대통령이 일개 국장과 과장을 콕 찝어 그런 식으로 말했다는 건 거의 전무후무한 이야기다. 그만큼 대통령과 최순실의 친밀도 가 깊다는 걸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사례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당시 문체부 장관은 러시아로 출장갔다가 출장지에서 전격해임된 유진룡이었다. 급작스레 짤린 앙금 탓인지 유진룡은 이런 '뒷 담화' 형식의 이야기를 매스컴에 이멜형식으로 시시콜콜 털어놓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장관출신 답지 않은 경망한 행동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나왔지만 오죽했으면 현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했겠냐는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승마계에서는 “정윤회 최순실 부부가 (청와대가 직접 경질에 나선) 사태의 배후”라는 소문이 돌았다. 아주 근거없는 소문은 아닌 듯하다. 정윤회는 청와대 개입 의혹을 부인했지만 “부인이 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우회적으로 인정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순실씨와 청와대측에선 이런 의혹들에 대해 공식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동안 흘러다니던 '유언비어 성' 이야기들이 퍼즐 맞추기 하듯 이렇게 저렇게 맞춰지면서 어떤 부분은 '세간의 풍설'이 아주 헛소리는 아니라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어제(20일)는 청와대에서 쫓겨났다가 전화위복으로 더민주 국회의원이 된 조응천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검찰 선배이기도 한 국무총리 황교안을 향해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목걸이나 액세서리를 청담동에서 사다가 드린다, 최씨가 민정수석 우병우 인사에 개입했다는 소리가 있다' 는 둥 세간의 풍설을 질의해 총리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고스란히 보도되면서 한때 조응천의 부하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다가 짤린 박관천이 기자들을 향해 '대한민국 권력 서열 강의'를 했다는 재작년 이야기도 다시한번 인터넷에 소개됐다. 그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라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3류 옐로페이퍼도 아니고 소위 '조중동'이라는 유력 일간지들의 인터넷판에 고스란히 소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오랜 말벗 최순실'은 어쨌든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은 최고권력자와 지근거리에 있을 수록 '실세'로 인정된다는 시중잡설을 감안해 볼때 최순실의 파워는 막강한 셈이다. 정호성 이재만 안봉근 등 소위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 실세라는 소리도 그래서 나온 거다. 어쨌거나 최순실을 둘러싼 수백억원대 '재단 창설'이야기의 종막이 궁금해진다. 그냥 곱게 넘어가진 않을 거 같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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