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황교안 에세이집 대필 작가 "보좌진 '수퍼 갑' 마인드, 황교안 브랜드 망가뜨릴 것"

스카이뷰2 2019. 7. 4. 12:21



                        

         황교안의 에세이집 『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 』. [사진 자유한국당 제공]
              황교안 에세이집 『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 』.          



지난 7월 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관한 작지만 간과하기 어려운 기사들이 '송곳'처럼 실렸다. 우선 매월 조사하는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올들어 처음으로 2위였던 국무총리 이낙연에게 1.2% 밀리면서 1위 자리를 내놨다는 기사가 신문은 물론 TV 뉴스에 요란하게 보도됐다. 사실 1.2%는 오차범위내이긴 하지만 세심한 A형 성격인 황대표는 그게 좀 가슴에 걸렸었나보다. 어제 그러니까 그 보도가 나온지 하룻만인 3일 황대표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비장한 멘트를 날렸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 영향력 높은 한 보수 일간지 정치면에 실린 황대표 '측근들'에 관련한 기사였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한국당 소속 의원이 " 주요 당직이 황대표와 가까운 사람들로만 채워지다 보니 최근의 '아들 저(低) 스펙취업' '언론 좌파 장악' 같은 논란과 관련해 황대표에게 직언(直言)이나 고언(苦言)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불평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회창 후보시절에도 나왔던 얘기다.

이 기사에서 내가 눈길을 떼지 못했던 부분은 한달 전쯤 황교안 에세이집의 대필작가로 이름을 알린 유성호라는 30세된 청년의 송곳같은 비판이었다. "황대표 주변의 정치질이나 '수퍼 갑'마인드는 결국 황교안이라는 브랜드를 망가뜨리게 될 것이다"라고 거의 저주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몇 차례 읽으면서 그 청년이 '분노'한 이유를 몇가지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황 대표'측근들'로부터 그 청년은 '심한 홀대'를 받았거나 '금전적 대우'가 신통치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 대필 작가의 심각한 '불만 토로'는 지난 6월 12일 그의 페이스북에 실렸던 것으로 이미 다른 일간지를 비롯한 몇몇 인터넷 매체에서 다뤘던 것이다. 그러니까 7월2일에 '영향력 있는 보수지'에 몇 줄 실림으로써 나같이 소문에 늦은 둔감한 보통시민들 눈에도 비로소 들어왔던 것이다. 

'밤이 깊어 먼길을 나섰습니다'라는 다소 문학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서정적 제목의 황  대표 취임
100일 기념 에세이집이 나왔다는 기사는 한달 전쯤 여러 매체에서 제법 크게 다뤘다. 일러스트 풍의 표지에는 황대표가 신발끈을  묶느라 웅크리고 있고 바로 그 옆에 '밀레니얼 핑크'색 가방이 그려져있다. 꽤 재밌는 표지였다.  2030세대로부터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변신 시도라는 점에서 호응도도 꽤 높았던 것 같다.

하지만 취임 100일 하고도 한달이 더 지나오는 동안 황 대표는 '적잖은 실언'을 했고 그걸 만회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아무리 오차범위 내라고 하지만 '1위 자리'를 내주고 만 것이다. 그런데다 '직언할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나 나오고 자신의 에세이집을 대필했던 청년이 황대표 측근들을 '수퍼 갑'이라며  직설적 공격을 하는 '비상상황'까지 생긴 것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그 유성호라는 대필작가는 그나마 황 대표만큼은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에 따르면 황대표는 자신을 꼬박꼬박 '작가님'이라고 호칭해주며 깎뜻이 대접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퍼 갑 행세'하는 측근들이 청년의 심기를 괴롭게 한 것 같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이라는 인물 자체는 위기의 보수우파 진영을 재건할만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면서도 “대표 주변의 보좌진이나 당 내부 인력들의 정치질이나 ‘슈퍼 갑’ 마인드는 결국 황교안이라는 브랜드를 망가뜨리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장담한다'는 직선적 표현은 아직 어린 사람 특유의 '결기'같아 보인다. 조금만 조직에서 '담금질'을 당한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단정적인 화법은 쓰지 않을 텐데... 

 이 청년은 또 “몇 년간 광고홍보업을 하면서 만난 100명이 넘는 클라이언트와 담당자 중 이렇게 기분이 나쁘게 말하는 사람(당직자)은 처음이었다”면서 “결과적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본 동시에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의 벽을 느낀 프로젝트였다”고도 썼다.


출간 마무리 과정에서 당직자로부터 "선을 넘는 갑질’을 당했다, 콧대 높다고 소문난 글로벌 브랜드도, 잘 나가는 아티스트도, 글로벌 기업도, 국내 대기업도 이렇게 말하진 않았다”는 주장까지 했다.

다만 황 대표 본인에 대해서는 “동년배나 그 이상의 다선의원들에게서 느껴지는 ‘칙칙함’이 없다”며 “머리가 비상한 것 같고, 내 말들을 경청하려는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이 청년을 직접 만나보진 않았기에 그가 어떤 '갑질'을 당해 그렇게 강도 높은 비난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황대표 측근들이 나이어린 사람이라고 '사업 파트너'로써의 공정한 예우를 갖추진 않았던게 확실해 보인다. 


이 자리에서 황대표 '수퍼갑'측근들을 비판하거나 그 '청년작가'를 편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 김영삼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던 시절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한 표가 중요하대이. 말도 못하게 중요하대이"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가 소망하는 '총선승리 대권쟁취'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제발 이 권력을 업은 어설픈'수퍼 갑질'은 절대금물이라는 걸 명심해야할 것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최고의 홍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