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하성
자고나면 괴이하고 한심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그렇게하라고 시켜도 하기 힘든 일들이 최고 권력자와 집권세력들에 의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한심하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한 요즘, 뭐 웃을 일이 없을까했는데 조금은 우스운 뉴스가 소개됐다.
명색이 대한민국 최상위 대학으로 불리는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최악의 부끄러운 선배들'을 뽑는 투표를 온라인 상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그 면면이 아주 재밌다.
요즘 권력 최고 실세로 불리며 자신도 그걸 한없이 즐기는 듯 보이는 법무부 장관 내정자 조국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온갖 '실정'을 입안했지만 '주군의 총애로' 주중 대사로 자리를 옮긴 장하성이 각각 모교인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새까만 후배'와 '엄정한 동문들'에 의해 창피한 최악의 동문으로 나란히 1등을 차지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제자들마저 '극우'로 몰아치는 갈라치기의 명수 조국이나 '주식부자, 강남좌파' 장하성이 이 뉴스에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다.
이번 투표는 장난으로 하는 게 아니다. 서울대와 고려대 재학생이나 졸업생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국을 걱정하는' 지식인들이 정치권에서 왔다갔다하는 더욱이 '권력 실세들'로 불리는 동문들에게 정신차리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정권에서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두 남자들이 나란히 어깨를 겨루며 '부끄러운 동문'에 뽑혔다는 게 꽤나 의미심장하다.
서울대에선 조국이 '압도적 선두'를 달려 2위에서 5위를 차지한 유시민 안민석 이해찬 나경원을 뽑은 것보다 훨씬 많은 3532표나 기록하면서 '정권 실세의 위엄'을 보여줬다. 재밌는 건 워낙 '남 흉보기 잘하는' 조국이 박근혜 시절 '청와대 황태자'로 불렸던 우병우를 그토록 비아냥댔던 게 바로 부메랑이 돼 '최악의 선배'로 선발됐다는 점이다. 남의 눈에 티끌은 그리 잘 보면서도 제 눈에 들보는 못본다는 소리를 입증해주는 셈이다.
스스로 '절대 대권도전은 없다'고 노래하고 있는 유시민이나 '최순실 재산파기 전문가'로 알려진 안민석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웃긴다. 유시민은 '부끄러운 1위자리'를 후배 조국에 내준걸 다행으로 여길듯하다는 얘기도 있다. 제일 우스운 건 '어머 안민석이 서울대였어'라는 반응에 '응 사대 체육과'라고 응답한 대목이다.
요즘 안민석은 무슨 애국가 없애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뉴스도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 활약하는 아나운서 출신 젊은여성이 문대통령에게 '안민석을 독일에 급파해 4백조나 된다는 최순실 숨겨진 재산을 찾아오게 명하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어쨌거나 4선의원인데 초선인줄 알았다는 소릴 듣는 안민석은 부끄럽겠지만 서울대출신이라는 게 널리 알려져 좋아할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서울대 나왔다는 건 웬만한 국민은 모르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대낮에 일식집에서 7만7천원짜리 장어정식과 사케 반주를 마시면서 '반일 국민정서'에 불을 질렀던 '사케찬' 이해찬이 4위에 이름을 올린 것도 재밌다. 도대체 사케냐 청주냐 쓰잘데기 없는 논쟁거리나 제공하는 건 집권여당 대표로선 품위없는 처신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노무현시절엔 삼일절날 골프치다 결국 총리직은 내놨던 '전과'가 있는 이해찬으로선 아무래도 '대일 항쟁'전선에 서기가 좀 부담스럽겠다.
고려대에서도 장하성이 투표시작 20시간만인 9일 오후 8시 기준으로 46.5%를 득표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통령까지 지낸 이명박과 '미투 스캔들'로 몰락한 안희정, 지난 대선때 야권 대선후보1위로 그 추억을 잊지 못하는 것 같은 홍준표와 자살한 노회찬을 가볍게 눌렀다.
그만큼 장하성이 문재인정권에서 '실책'을 많이 저질렀다는 얘기인 듯하다. 청와대 시절 재산등록이 93억원이 넘는데다 주식보유만 50억원이 넘는다는 '기록'을 세운 장하성은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서민들은 강남 살 필요가 없다'는 뜬금없는 소릴해서 '국민밉상의 기록도 남겼다.
보석으로 풀려나 자택에 칩거중인 전직 대통령 이명박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다는 모교 후배로부터 그런 홀대를 당해 속이 상할 것 같다. 엄청 '짠돌이'지만 모교에 거금을 희사했다는 그로선 '최악의 동문 2위'로 선정된게 뼈아플 것 같다.
'여비서 잘못 건드려' 인생 망친 안희정이나 황교안에 밀려 영 기를 못피며 '권토중래'의 날만 노리고 있을 홍준표 역시 '최악의 동문' 선두에 이름을 올린 게 화가 날 법하다. 원래 '죽은자'에겐 너그러운 법인데 고려대 학생들이나 동문들은 노회찬을 냉정하게도 '최악 동문 5위'에 올렸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복합적인 원인들이 얽혀있을 것 같다.
이번 투표는 서울대 재학생 동문 온라인 '스누라이프'나 고려대 학생 교직원용 온라인 '고파스'에서 지금도 진행중이다. 서울대는 지난 7일부터 9월 6일까지, 고려대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조국과 장하성은 각자의 모교에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1위'를 놓치지 않을 듯하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그렇게 많은 인사실책을 저질렀는데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예정인 조국이나 중국어 못해도 주중대사 자리를 꿰찬 장하성으로선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인 것 같다. 어쨌든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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