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류스타 장동건을 만나다

스카이뷰2 2006. 2. 7. 12:28
 

   한류스타 장동건을 만나다                           

 


며칠 전 작고한 백남준 선생이 무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인생의 도움말’

을 부탁하자 “재수가 좋아야 돼”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좀 가혹한 얘기일 것도 같지만 이 ‘재수가 좋아야 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명언인 듯합니다.


오죽하면 ‘운칠(運七) 기삼(技三)’이란 말도 생겨났겠습니까. 어떤 이들은 ‘운구 기일’이라는 말조차 합니다. 그만큼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 운이라는 묘한 ‘기운’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얘기겠죠.


오늘 저에게는 ‘운’이 좀 따랐던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장소에서 ‘천하의 장동건’을 만났고, 짧으나마 대화를 하고 제 명함을 전달했으니까요. 이 정도면 ‘장동건의 광(狂)팬’들에겐 거의 ‘빅뉴스’라고나 할까요.


뻥튀기기가 심한 얘기라고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오늘 낮 광화문에서 일어난 ‘대 혼란극’을 목격하지 못한 분의 탁상머리 소견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군요. 그만큼 대단한 해프닝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어났던 겁니다.


지난 입춘날(4일) 안성기씨가 스타트를 끊은 ‘영화인의 1인 시위’가 어제 박중훈씨에 이어 오늘은 장동건씨가 1시부터 광화문 교보생명 앞에서 있다는 뉴스가 어제 인터넷에 뜨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무조건 간다’ ‘꼭 만나야 할 사람’ ‘이 날을 기다렸다’ 등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죠. 


장동건의 광팬은 아니지만 저로서도 상당히 흥미가 가는 뉴스였습니다.

안성기씨의 시위를 취재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만약 장동건이가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했었거든요.


이 시대 최고 미남스타라는 장동건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한 요즘 과연 그의 ‘1인 시위’가 가능할까?라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내린 답은 ‘절대 불가’였습니다


안성기씨나 박중훈씨야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1인 시위를 마칠 수 있었지만 장동건 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확신이 들더군요.

아무튼 취재현장에 12시쯤 도착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아직 ‘태풍의 눈’같은 정적이 흐를 정도로 평온했습니다.


12시 40분쯤 현장에 갔더니 그때는 이미 ‘사단’이 벌어졌더군요. 한 1천명쯤 될까요, 거의 통제하기 어려워 보이는 인파가 밀어닥치고 있었습니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나 소녀들이 많았지만 아줌마 아저씨, 직장인 차림의 남녀들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서로 ‘입소문’으로 아직 ‘그’가 안 왔다고 전했습니다. 교보생명 앞의 꽤 큰 느티나무 가지 위로 올라가 있는 극성쟁이들도 있었습니다.


1시 5분 전쯤 장동건이 교보생명 빌딩 안쪽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물론 보디가드 비슷한 청년들이 선두에 섰고, 그 뒤로는 엊그제 만났던 안성기씨도 뒤따르고 있더군요. 저는 마침 그들이 나오는 문 쪽 화단 위에 서 있었습니다.


경비원들이 내려오라고 한사코 외쳐댔지만 거기에 올라서 있던 많은 사람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더군요. 물론 저도 체면불구하고 한 30센티 높이의 화단 경계석 위에 서 있었습니다.


후드가 달린 베이지색 누비점퍼를 입은 장동건의 뒷모습을 간신히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블로그에선 현장의 ‘효과음’을 전할 수 없지만 정말이지 굉장했습니다. 소녀팬들은 왜 그렇게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지요.


그냥 비명처럼 들리는 소리를 꺅꺅 지르며 깡충깡충 뛰는 소녀들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어떤 소녀는 그 와중에 엄마에게 휴대폰으로 ‘중계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 나야. 아유 장동건 짱이야 짱! 저렇게 잘 생긴 오빠는 이 세상에서 본 일이 없어. 넘 멋져 와우 !”


장동건씨는 인파에 밀려 제대로 서 있질 못했습니다. 그도 간신히 화단 경계석 위에 서 있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안전사고가 날 것만 같아 가슴이 콩당콩당 뛰기 시작했습니다. 왜 경비경찰은 안 보이는지요. 저는 경계석 아래로 내려와 뒷걸음질 치며 빌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가 나타난지 5분도 안됐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졌습니다.


그때 장동건 일행도 그 자리에서 밀려나 화단 가운데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더군요. 그때 장동건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간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화단 속을 헤쳐 나오고 있었는데 꼭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 장면과 이미지가 겹쳐지더군요.


순간적으로 저도 겁이 더럭 났습니다. 제발! 사고는 나지 말아야지. 나중에 뉴스로 보니 그때 몰린 인파가 무려 2천명이었답니다!

아무튼 건물 안으로 들어온 저는 엘리베이터 쪽에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장동건이 제 앞으로 쫓기듯 들이닥쳤습니다. 그 순간 저는 “잠깐만요, 지금 소감이 어떠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듯 물었습니다.


세상에 그 상황에서 ‘소감’을 묻다니 제가 생각해도 좀 심했던 것 같습니다.

키가 훌쩍 커 보이는 그는 저를 보면서 수줍어하는 표정으로 “글쎄요, 지금 준비가 안 돼서요, 죄송합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아주 선량해 보이는 청년이더군요.


그때 주변에 있던 보디가드로 보이는 청년들이 그를 에스코트해서 재빨리 2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습니다. 뒤이어 또 광팬들이 그야말로 물밀듯이 들어왔습니다. 정말이지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경비원들에 의해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통제되자 팬들은 그야말로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2층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통제 전에 재빨리 올라간 사람들도 식당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 채 밖에서 웅성거리고 있더군요. 경비원들은 난간에 기대지 말라고 큰소리로 주의를 주고 있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일반 팬’들과 같이 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 ‘나이의 힘’이 통용된다는 건 유쾌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꾀를 내어 경비원에게 “안성기 선생님도 위로 올라가셨죠?” 라고 물었더니 그는 저도 ‘관계자’로 보였던지 두말 않고 올려 보내 주던군요.

‘나잇발’로 밀어붙였더니 ‘통’한 겁니다.


아주 예전에 한번 들어가 본 적이 있는 ‘라블리’라는 식당 문 앞으로 다가갔더니 안내원 역시 제가 ‘관계자’로 보였던지 공손히 길을 터주더군요.

그래서 결국 저는 ‘그들’이 ‘숨어있는’ 그 장소로 들어가게 된 겁니다.


휘장 비슷한 걸 열고 들어가니까 바로 안성기씨가 저를 쳐다봤습니다. 저는

“엊그제 인터뷰한 사람인데 기억하시죠?”라고 물었죠. 그는 예의 사람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활짝 웃으면서 “아 예” 라고 답했습니다.


그에게 ‘명함’을 부탁하자 “저는 없구요, 우리 매니저에게”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맞은편에 아라베스크 무늬가 새겨진 베이지색 스웨터를 입은 장동건이 엉거주춤 서 있더군요. 조금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보다 더 자세히 ‘미남배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면서 얼마전 내한했던 중국의 첸카이거 감독이 “장동건의 눈은 세 살짜리 어린애와 같다. 순수무후하다, 오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배우다”라고 극찬했다는 얘기가 순간적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강신재의 소설 ‘젊은 느티나무’도 떠올랐습니다.


아주 오래전 소설이지만 그 감수성어린 표현은 여전히 기억되는 소설입니다. 거기에 사모하는 주인공 오빠를 묘사하면서 ‘그에게선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대목이 있는데요, 이 ‘비누냄새’의 이미지가 바로 장동건과도 일치된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습니다.


뭐랄까요. 72년생이면 우리 나이로는 서른다섯의 노총각인데도 20대 중반의 대학원생 정도로 보이는 이 인기스타를 보면서 왜 그렇게 소녀들을 비롯한 여성들이 그에게 열광하고 환호하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명함을 달라는 저를 보면서 그는 또 수줍은 미소로 “저 명함은 없구요, 우리 매니저가....”라고 말했습니다.


누군가가 그랬답니다. 장동건의 얼굴에는 ‘아우라’가 떠돌고 있다고. 글쎄 무슨 말인지는 선뜻 이해가 안 돼지만 제가 놀란 건 ‘한창 때’의 남자배우인데도 어떤 ‘성적인 매력’은 느껴지지 않고 ‘소년 같은’ 때 묻지 않은 깨끗함 같은 것이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듯해 보이더군요.


그것이 ‘연기’로 빚어낸 것인지 아니면 진실한 장동건 본연의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처럼 ‘섹스어필’이 판을 치고 ‘성적(性的)인 것’들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세상에 그의 그런 ‘보이시한’ 표정은 순간적으로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그와 ‘젊은 느티나무의 상쾌한 비누냄새’가 오버랩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동건에게는 ‘우리시대 최고의 미남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별로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냥 ‘괜찮은 배우’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그와 이렇게 딱 마주서서 자세히 보게 되자 ‘미남배우’란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미남이라기보다 ‘순정만화’에 나오는 ‘예쁘고 다정한 왕자님’같은 그런 얼굴이었습니다.


첸카이거 감독 말대로 ‘그의 눈’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맑고 깊었습니다. 너무 과찬의 표현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순간 제가 받은 인상은 그랬습니다. 무슨 부탁을 하면 웬만하면 거절하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받았습니다. 아무튼 그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환상을 품게 하는 그런 배우였습니다. 


장동건에게 “불상사가 나는 줄 알고 굉장히 걱정했어요”라고 말하자 그는 “죄송합니다. 준비를 제대로 못해서요”라고 말하는데 정말로 미안해하는 그런 표정이더군요. 아무튼 그의 얼굴을 보면서 ‘따스하면서도 쿨하다’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애들 말로 ‘초절정 미남배우’와 잠시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어쨌든 ‘1인 시위’에 실패한 그들은 지금 ‘임시작전회의’를 막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웬 모르는 사람이 와서 휘젓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겠지요. 그 와중에도 어떤 카메라맨이 ‘잠깐만요’하면서 저에게 비켜줄 것을 요청하더군요. 아무래도 더 이상은 머물러 있기 어려워져 매니저로부터 이메일로 ‘자료’를 협조받기로 하고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안성기씨 매니저에게 이런 사태를 예상 못했냐고 물었더니 ‘긴가민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톱스타 장동건의 파워’를 그들도 미처 실감하지 못했었다는 얘기겠죠. 아무튼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1인 시위극 ‘장동건 편’은 광화문에서는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광팬들’은 여전히 에스컬레이터 앞에 진을 치고 있더군요. 초등생 그룹도 있었고, 여중고생, 여대생, 심지어 아줌마 부대까지 인적구성은 퍽 다채로웠습니다.


그들 몇 명에게 왜 장동건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은 몰라서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넘 미남이잖아요’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냥 장동건 그 자체가 무조건 좋다’라고 하더군요. 한 여학생 그룹은 ‘조퇴’까지 하고 왔다고 했습니다.


한 두 시간 쯤 뒤 다시 교보 앞에 와 보니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40대로 보이는 아줌마 두 사람은 ‘장동건이 벌써 떠났다’는 소리에 무척 실망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여전히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보니 ‘장동건 일행’은 장소를 옮겨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2시 반부터 5시까지 나머지 시위를 했다는 뉴스와 함께 화면에는 장동건이 이렇게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스크린 쿼터의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우연히 여의도 국회 근처에 있었던 사람들은 저만큼  ‘재수가 좋았다’고 할 수 있겠죠. ^^


장동건씨! 앞으로도 건투를 빌겠습니다. 세계에 태극기를 휘날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