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네살바기 상주가 우리를 울리네요

스카이뷰2 2006. 5. 7. 14:08
 

      네 살 바기 상주(喪主)가 우리를 울리네요


두 장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네 살짜리 어린애가 팔에 상주를 표시하는 완장을 두른 채 목이 마른지 물을 마시는 모습과 검은 상복을 입은 젊은 엄마 품에 안겨 곤히 자고 있는 세 살짜리 ‘최연소 상주’의 모습!


웬만큼 누선(淚腺)이 강하지 않고서는 그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저 어린 것들을 어찌할꼬! 아무리 산 사람은 살게 마련이라지만 너무 눈물겨운 장면입니다.


지난 어린이날 오전 11시쯤 대한민국 최정예 공군 곡예 비행팀 소속 김도현대위가 벚꽃처럼 스러져간 뒤 우리에게는 저 어린 아들들이 애처로운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어린 것들의 앙증맞은 팔뚝에 감겨진 삼베 상장은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겁니까. 저 어린 아들들이 앞으로 ‘아빠 없는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기에는 또 얼마나 가혹한 시련의 세월을 견뎌내야 할까요?


어린 아들들을 부여안고 통곡하는 이제 갓 서른이라는 아리따운 젊은 아내는 또 어찌해야하나요? 그래서 저는 ‘운명’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왜 ‘운명’이라는 괴물은 꼭 이런 식으로 우리를 괴롭히는지요.


앞으로 저 세 모자(母子)가 헤쳐 나가야할 ‘인생항로’를 생각하니 정말이지 천하 남인 저도 너무 가슴이 저려옵니다.


‘엘리트 공군 조종사’ 김도현 소령은 겨우 서른셋의 나이로 애기(愛機)와 함께 산화했습니다. 어린이날 어린이들에게 ‘창공에의 꿈’을 심어주기 위한 곡예비행을 보여주다가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 소령은 공군사관학교를 전체 4등으로 졸업하고 생도시절엔 학생회장격인 전대장 생도로 리더십을 닦아, 앞으로 우리 공군의 ‘인재’로 꼽혀왔던 엘리트 청년장교였습니다.


인물도 탤런트로 나서도 될 정도로 잘 생겼습니다. 마라톤을 5번이나 완주할 정도의 체력에 비행시간도 1천 시간이나 되는 ‘베테랑 빨간 마후라’였습니다. 어여쁜 아내와 어린 두 아들! 그리고 조국을 지키는 최정예 전사! 그의 앞날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 그가 ‘애기’와 함께 끝내 목숨을 버려야 했던 것은 아무래도 그 ‘애기’가 38년이나 되는 너무 낡은 비행기였던 탓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이런 사고가 터지고 나면 꼭 ‘사후 약방문’격의 뒷소리가 나와 사람 복장을 뒤집어 놓고 합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군요.


사고가 난 A37기는 69년에 제작된 것이라니 소위 말하는 ‘고물 비행기’였습니다. 지난 98년에도 A37기로 곡예비행 연습을 하다 사고가 일어나 조종사 1명이 순직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동일 기종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게다가 비행기 운명의 ‘최후의 증인’이랄 수 있는 ‘블랙박스’마저 부착되지 않은 ‘낡을 대로 낡은’ 기체였다는 사실에 두 번 분노하게 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조종사 한 명을 길러내는 건 보통일이 아니라는 건 웬만한 분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비용 면에서나 시간, 그리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건 젊은이들의 사명감 이런 걸 모두 합하면 ‘돈’으로 환산이 안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명’이 가장 소중한 거 아닙니까? 물론 ‘블랙박스’가 없어서 사고가 난 건 아니겠죠. 하지만 ‘블랙박스’조차 없을 정도로 낡아빠진 비행기로 ‘곡예비행’을 시켰다니요!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곡예’라는 의미와 딱 어울리는 비행기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귀하디귀한 젊은 엘리트 장교들의 목숨을 그렇게 함부로 대접하는 나라가 나라입니까?


김 소령은 ‘비상사태’에 ‘탈출’할 수 있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 끝까지 조종간을 부여잡고, 에어쇼 구경나온 1천3백여 명의 어린 관객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겁니다.


이런 경우 미국이나 다른 국가의 조종사들이라면 그냥 탈출버튼을 눌렀을 것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국방정책연구소의 소장이라는 사람이 엊그제 라디오에 출연해 한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또 뒤집어 놓습니다. 그 사람은 “이번  곡예비행에 쓰인 A37기는 에어쇼에는 부적합하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뭡니까 지금!  ‘책임자급’ 자리에 앉아있다는 인사가 ‘사후약방문’같은 화통 터지는 소리나 하고 앉아있으니 유가족들의 심사는 어떨까요?


왜 진작 그런 소리를 안 했는지요? 그 사람의 얘기로는 “각 나라 곡예 비행팀은 최신예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지만 우리 공군은 과거 조종사 양성과정에 사용했던 중등교육용 기종이며 미국이 67년 월남전에 투입했던 비행기를 한국 공군이 인수해 훈련기로 사용해왔던 기종”이라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A37기는 조종사 입장에서 “한 쪽 시야가 가려져 곡예비행하기엔 부적합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발언을 계기로 기종이 새것으로 바뀐  다면 안 하는 것보다야 나은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너무 화가 나는 이야기인 것 같군요.


어떤 기사에 보니까 공군측이 상부에 ‘기종교체’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공군전력도 충분치 않은 마당에 곡예 비행팀에 새 전투기를 배정할 수 없다”며 번번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상부라면 ‘국방부’일 텐데.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지요. 이번에 국방부 장관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지금 현 정권에서는 ‘과거사 진상규명’인지 뭔지에 1천8백억 원 이상의 국비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그런 ‘하나마나한’ 일엔 그렇게 돈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엘리트 조종사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는 그렇게 인색하게 굴었다니 이것도 ‘국민의 이름’으로 따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더구나 ‘순직 보상금’이 의외로 미미한 금액이라는 사실도 공군 인사처에서 ‘순직 조종사들의 사후처리’를 해왔다는 어떤 사람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그 사람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에도 못 미치는 적은 금액’이 지급될 뿐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박정희대통령’기금과 조종사들이 자신들의 봉급에서 내고 있는 ‘창공회비’에서 조금씩 지급되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서해교전’으로 억울하게 순국한 해군 장교의 보상금이 6천여만 원에 불과해 놀랐던 기억이 떠오르는 군요.


그때 ‘월드컵 태극전사’들은 ‘4강’에 들었다고 나라에서 ‘1억 원’이 넘는 보상금을 받았었지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당시 대통령이었던 DJ는 우리 해군에게 저쪽에서 ‘총을 쏘더라도’ ‘응전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었다는 믿어지지 않는 후일담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요.


DJ정권 이래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쨌거나 우리의 ‘아깝디 아까운’ 김도현 소령은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고, 이제 그가 그토록 사랑했을 그의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이 우리에게 남겨졌습니다. ‘국가 보상 규정’대로라면 이제 그 세 모자의 생계는 막막해집니다.


이러고도 ‘대한민국’을 위해 나가 싸우라면 어느 젊은이가 흔쾌히 전장으로 달려가겠습니까?


앙증맞은 팔뚝에 칙칙한 삼베 완장을 두른 네 살, 세 살 바기 저 어린 아들들을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거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린 아들들의 애처로운 모습이 실린 두 장의 사진이 이 화창한 초여름에 사람을 울게 만듭니다.


권력자들은 쓸데없는 곳에 나랏돈 쓸 생각은 더 이상 하지 말고 실생활 면에서 우리 국민을 ‘먹고살게’해 주는데 전력을 다 할 것을 간곡히 요청해봅니다.


아빠를 대한민국의 하늘에 묻은 저 어린 아들들을 ‘잘 키워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눈물로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