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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닮은 아드보카트 감독과 태극전사들

스카이뷰2 2006. 5. 11. 19:55
 

         나폴레옹 닮은 아드보카트 감독과 태극전사들


어제가 ‘2006 독일 월드컵 D-30’이라고 텔레비전에서 하도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저도 덩달아 ‘긴장 모드’로 돌입했답니다.

그 ‘긴장 모드’는 오늘 오후 3시 30분 ‘최종 엔트리 23명 명단’을  발표하기 전까지 거의 ‘수험생 심정’으로 시시각각 긴장의 강도가 세졌습니다.


집안에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순수한 축구팬’의 입장인데도 이렇게 긴장할 정도이니 당사자인 선수들이나 그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은 오죽했겠습니까!


3시 무렵부터 텔레비전을 켜놓고 바싹 긴장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고 저 스스로 웃고 말았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한 대목이 떠오르더군요. “4시에 너를 만나기로 했다면 난 3시부터 너를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을게”라는 대사 말입니다. 오늘 제가 꼭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3시 10분쯤에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송종국이 될까 차두리가 될까”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실력 면에서 “종국이가 나으니까 종국이를 뽑아줘야겠지”라고 말했고, 친구는 “차두리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선수”라면서 “차두리를 뽑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차두리가 귀엽긴 귀여워”라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 대회는 ‘귀여운 것’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 아무래도 송종국이를 엔트리로 넣어야한다는 게 제 개인생각이었습니다.


드디어 아드보카트 감독이 거의 ‘비장한 표정’으로 입장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중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보통 때도 늘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의 ‘선비 스타일’의 감독인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히딩크 감독이 조금은 신들거리는 한량 스타일인 것에 비해 아드보카트는 ‘꼬장꼬장하고 깐깐한’ 다부진 스타일로 보입니다.


네덜란드 사람인데도 꼭 한국사람, 그것도 ‘조선시대 선비’ 같은 분위기가 있는 편이지요. 절대 허튼 소리 안 하고 틀림없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아마 그가 청년이었다면 ‘좋은 사윗감’으로 꼽힐 만한 인상이지요.


흑인 애인을 당당히 대동하고 왔던 히딩크는 멋쟁이긴 하지만 조금 플레이보이 스타일일 것 같은데 비해 아드보카트는 ‘애처가 형’으로 보였거든요.

얼마 전 그가 처음으로 부인과 함께 우리 매스컴에 나타났는데, 아니나 다를까요, 그의 부인은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행복한 아내’의 얼굴이었습니다. 보기에 좋았습니다.^^ 


작년 9월인가요.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본 프레레 감독이 전격 경질된 뒤, 후임으로 당시 아랍 에미리트 팀을 맡고 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결정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웬 ‘나폴레옹!’ 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의 얼굴 옆모습과 눈빛이 꼭 나폴레옹을 닮아 보였던 겁니다. 나폴레옹을 본 일이 있냐구요? ^^ 왜 그 말 잔등에 올라타고 진격 명령을 내리는 나폴레옹 그림 있잖습니까? 그 그림하고 조세핀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의 그림!


그런 것들에서 제가 ‘전격적으로 캐치해낸 이미지’가 바로 아드보카트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이마를 살짝 가린 헤어스타일도 비슷하고요. 아무튼 아드보카트 감독은 나폴레옹을 닮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한국에 오기 직전인가요, 아드보카트는 말했지요. “돈보다는 명예를 중히 여겨 한국 팀을 선택하게 되었다”고요. 그 말이 그렇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뭐랄까, 아 이 사람이라면 우리 팀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게 들더군요.


다 알다시피 그가 부임한 뒤, 프레레 밑에서 그렇게 죽을 쑤던 우리 선수들은 하루아침에 확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지도자 한 사람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준 계기가 되기도 했지요.


축구 같은 운동 분야에서도 ‘지도자’에 따라 저렇게 달라지는데 하물며 ‘정치’에서랴! 결국 모든 건 이렇게 ‘정치’로 귀결 시킬 수도 있는 거겠죠. 그만큼 정치가 중요한 거니까요. 


어쨌든 그의 지휘 하에 치러진 첫 경기 때, 아마 이란 전이었지요, 그때 경기 시작 1분도 안 되어 신예 조원희가 통쾌한 골을 장식했었죠. 그 조원희를 제가 작년 12월 17일에 하이야트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만났지 않습니까!

그 얘긴 우리 블로그에 소개한 일도 있죠.^^ 그날의 ‘조우’이래 저는 조원희라면 공연히 반갑게 여겨지더군요. 그만큼 예절바른 청년이었거든요.^^


아무튼 나폴레옹을 닮은 우리의 아드보카트 감독은 ‘야생마 같은’ 우리 선수들의 ‘군기’를 확실히 다잡아 나갔죠. 그는 우리 선수들에게 경기도 파주에 있는 대표 팀 연습장에 올 때 ‘자가용’타고 오지 말라는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엄명’을 내리는 것을 비롯해 특유의 카리스마로 장악해 나갔죠.    


그 후 금년 초에 우크라이나에서부터 미국까지인가요, 한 6주간 전지훈련 겸 평가전 할 때 우린 또 얼마나 같이 기뻐하고 화내고 하면서 아드보카트와 거의 ‘친구’가 된 착각에 빠지기도 했었지요.


그런 아드보카트가 오늘 오후 3시 15분 쯤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하면서 수많은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고, 그 역시 긴장의 표정이 역력하더군요. 그러니까 저 혼자만 ‘긴장모드’에 돌입했던 건 아니었나봅니다.^^


아드보카트는 자주 시계를 보더니 발표 시각인 3시 30분이 되자 가슴에서 무슨 쪽지 같은 걸 꺼내더니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무의식중에 수첩에 그가 발표하는 선수 명단을 받아 적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신문이나 TV에 수없이 나올 텐데도 왠지 내 손으로 적어놔야만 할 것 같아서요.^^


우선 맨 먼저 골키퍼 이운재를 호명했습니다. ‘캡틴’이란 말을 두 번 쯤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주장’으로서의 이운재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배려’였겠죠. 그 다음 김용대와 김영광이 골키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김병지는 막판에 ‘예비 후보’로 남게 되었습니다.


DF에 조원희의 이름이 맨 먼저 나왔습니다. 한 번 인사한 사이라고 그렇게 반갑고 다행스러울 수가 없더군요. 그 다음 최고령의 노장 최진철 선수! 최 선수도 듬직한 ‘맏형’ 역할을 잘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게임에서 통쾌힌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고 기도를 하던 김동진 하고 명단 발표 땜에 신경이 쓰여 잠이 안 온다는 김진규, 무슨 게임에선가 잠시 실수해서 다혈질 네티즌들로부터 조금 야단을 들었던 김상식, 김영철, 영국에서 활약하는 이영표, 그리고 송종국의 이름이 불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차두리는 탈락! 결국 차두리도 예비후보 5명에 들어갔습니다. 어쨌든 독일엔 가는 거겠지요.


MF에는 아드보카트의 ‘황태자’라는 꽃미남 선수 백지훈과 중거리 슛을 멋지게 성공시켰던 김두현, 그리고 요새 KBS아나운서와 열애설에 휩싸인 우리의 김남일!이 잇따라 호명되었습니다.


2002년 4강에 들고 나서 거국적인 환영식장에서 “오늘밤 나이트에 가고 싶은 김남일입니다”라는 멘트로 소녀팬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던 그는 요즘 운동하랴 연애하랴 퍽 힘들 것 같더군요. 그래도 우선은 월드컵이 먼저겠죠!^^


이들과 함께 터키에서 활약 중인 이을용과 이호, 피파가 선정한 ‘세계적인 선수 20명’ 안에 이름을 올린 박지성도 당연히 들어갔죠. 박지성은 2002년 폴란드와 싸울 때, 상대 선수를 2명이나 제치고 멋진 슛을 성공시켜 온 국민을 열광하게 만들었죠.


얼굴만 봐도 ‘성실’한 게 보이는 박지성은 ‘히딩크의 황태자’로 지금은 영국에서도 최고 선수로 인정받고 있다죠. 아니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해져 있죠. 그래도 겸손해 보이는 그가 마음에 듭니다.


FW에는 ‘원조 꽃미남 선수’ 안정환, 여가수 백지영과 친하게 지낸다는 조재진(역시 꽃미남과 선수죠^^), 거수경례하는 폼이 너무나 멋있는, 그리고 믿음이 가는 정경호, 프리킥을 잘 차는 꾀돌이 이천수, 축구 신동(?) 박주영, 우직한 설기현의 이름이 올랐습니다. 이렇게 부르고 나니 정말 믿음직하죠! 우리 아들들!


이제부터 시작이거늘, 우리 선수들 면면을 훑어보니까 그렇게 듬직스러운거 있죠. 그런데다가 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인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얼마나 믿음직한 스타일입니까!


오늘아침 텔레비전에 나온 어떤 개그맨이 대한민국의 전적을 예상해보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 하더군요, “4강은 기본이고요, 아무래도 브라질과 우승을 겨루게 되지 않을까요.” 라고요. 말만 들어도 흐뭇· 므훗 !! 정말이지 아침부터 엔돌핀이 팍팍 솟구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자만해선 안 되겠죠. 어제 뉴스에 보니까, 우리 대한민국의 ‘첫 제물’이 될 토고의 아데르바이요 라는 선수가 그럽디다. “축구는 축구이다. 우리가 프랑스를 이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라고요. 시커먼 청년이 신들신들 웃으면서 그런 말 하는 걸 보는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대한민국 자만하면 절대 안 될 것 같더군요. 토고 애들은 벌써 오늘 독일에 도착했다죠? 그만큼 ‘전의’가 대단하다는 얘긴데요, 경제력은 형편없는 아프리카 국가라지만 얘네들은 ‘축구 공이 곧 내 몸’이라는 철학으로 뛰는 애들이라니까, 정말이지 정신 단단히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드보카트 감독도 “우리와 붙을 세 팀 중 어느 한 팀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도 지도자가 그렇게 ‘신중한 발언’을 해 주니까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각본 없는 시나리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이번 2006 월드컵에서 우리 대한민국 최하 ‘4강’은 해줘야겠죠!


나폴레옹을 닮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리틀 제너럴(The Little General)이랍니다!^^


나폴레옹 장군을 닮아서 그런 별명을 붙여준 건 아니구요. 그의 스승이었던 ‘토털 사커’의 창시자 리누스 미셸 감독의 별명이 ‘제너럴’이라서 그에게는 ‘리틀’을 붙여주었다는 군요.


어쨌거나 ‘나폴레옹 장군같은’ 아드보카트 감독과 우리 태극 전사들의 승승장구하는 승전보가 지금부터 기다려집니다. 

 

그 행복한 시간을 위하여 우리집 텔레비전을 ‘PDP 50인치’짜리로 바꾸느냐 마느냐가 지금 저의 ‘최대의(?)’ 고민거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