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절묘한 골’ 예언한 김영광
어제 새벽 대한민국은 나라 전체가 뒤집어졌었죠! ‘행복한 전복(顚覆)’이라고나 할까요. 온 동네마다 박수소리 함성소리가 진동했고, 서울시청광장이니 상암 월드컵경기장이니 요소요소에 차려진 ‘정신적 경기장’에선 12번째 태극전사들이 자신들이 세운 ‘전과(戰果)’에 행복하게 뒤집어졌습니다.
‘늙은 수탉들’인 프랑스 선수들에게 전반 9분 선제골을 내준 뒤, 무려 72분간이나 우리는 그들에게 수모를 당하며 시달렸죠. 그 새벽에!
철렁 철렁 가슴 내려앉는 순간이 몇 번이나 되풀이되며 거의 ‘낙심’하고 있던 후반 36분! 설기현의 박력 넘치는 크로스를 기다린 듯 헤딩으로 어시스트한 조재진과 언제 뛰어들어 왔는지 우리의 박지성이 오른발을 허공에 날리며 ‘살짝’ 밀어 넣은 볼이 네트를 갈랐을 때!
대한민국은 그 순간 하나가 되었습니다. 아마 그 순간 텔레비전을 지켜본 사람치고 ‘얌전히’ 앉아있던 사람은 한명도 없었을 겁니다. 아무리 점잖은 어르신들이라도 그 순간만은 함성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을 겁니다.
박지성의 그 결정적인 골은 그야말로 ‘아트 사커’의 한 전범으로 길이 남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앙리 선수는 화가 나선지 ‘멍청한 골’에 우리가 당했다고 한탄했다죠. 그것이 바로 축구라는 걸 ‘뛰어난 선수’인 앙리가 모를 리 없을 텐데, 그렇게라도 말해야 분이 풀리겠지요.
축구에 대한 이론적 지식은 거의 전무한 문외한의 입장이지만 멀리서 쏘는 ‘중거리 슛’보다 어제 우리 박지성이 넣은 그런 골이야말로 ‘쉬워 보이면서도 어려운’ 그야말로 ‘인생 같은’ 골이 아닐까싶군요.^^
‘앤데스 굿 알레스 굿’이라는 제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독일 속담이 있습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라는 뜻이죠. 박지성을 필두로 한 태극전사 3인의 세트플레이로 그렇게 ‘환상적인 골’을 성공시키고 무승부지만 엄청 큰 점수 차로 이긴 것 같은 행복한 착각 속에 경기 종료 휘슬이 들리자 바로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은근히 우리를 얕잡아 보던 프랑스 매스컴들은 첨엔 우리 팀을 비하하는 멘트를 계속 날리다가 종료휘슬과 함께 일제히 자국 선수들에게 신랄한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지요^^
이번 경기에서 뭐니뭐니해도 ‘거미손 골키퍼’ 이운재의 ‘신기’에 가까운 선방도 ‘수훈 갑’으로 꼽을 수 있겠지요. 그가 아니었다면 우린 아마 한 4대 1정도로 대파 당했을 겁니다. 그동안 ‘살이 쪘다’는 이유로 축구팬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했던 이운재인만큼 자신의 ‘명예회복’에 내심 기뻤을 겁니다.
아무튼 19일 새벽 4시에 함께 일어나 ‘대망’의 한·불전을 치러내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일요일 하루를 바삐 지냈을 것 같습니다.
그 중대한 ‘한· 불전’이 하필 월요일 새벽이어서 일요일 내내 ‘컨디션 조절하느라’ 애쓴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우리 집도 그랬거든요. 우선 일요일 ‘꿀맛 같은 늦잠’을 불허했습니다. 일요일 늦잠은 ‘습관’이지만, 월요일 ‘새벽 장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고되게’ 보내야 일찍 잘 수 있고, 그래야 월요일 새벽 4시 경기를 ‘뛸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자명종을 두 개씩이나 맞춰 놓는 법석을 부린 다음에 맞은 월요일 새벽 4시!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자 순간적으로 숙연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90분! 지금 이 시간에도 머릿속으로 어제 새벽을 리와인드하면서 오랜만에 설레는 심장 박동을 또다시 느낍니다.
오늘 아침 신문들은 ‘속보성’에서 TV에 한참 밀린다는 걸 계산했는지 ‘한불전’특집을 ‘읽을거리’위주로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신문을 펼쳐들고 스포츠 면 한 구석에 있는 기사를 보고 한참을 ‘푸하하하’유쾌하게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활자매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느껴지는 그 기사를 읽고 웃음을 참기 어려웠지요.
‘족집게 김영광 도사’라는 제목아래 ‘예비 골키퍼’ 김영광선수가 팔짱을 낀 채 진짜 ‘도사’처럼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와 있는 기사였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벤치에 앉아있던 김영광은 ‘살 떨리는 전율을 느꼈다’고 합니다.
한·불전을 앞두고 그는 단체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에서 지성이 형이 한 골 넣을 것 같다. 한국이 지지 않는 경기를 할 것 같다”고 예언했답니다. 지난 번 토고 전에선 경기시작 직전에 이천수에게 “이번에 천수형이 프리킥 골을 넣을 거야. 골세레모니 한 뒤 꼭 나에게 달려와야 해 알지, 파이팅!”이라고 했고, 이천수는 “고맙다, 꼭 그럴게”라고 응답했다죠.
그 후 ‘예언대로’ 이천수는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만들자마자 김영광에게 달려가 뜨겁게 얼싸안았다고 합니다.
자! 이 정도면 돗자리 깔고 나앉아도 되겠지요?^^
유쾌한 예언자 김영광 선수는 제가 ‘주목해온’ 골키퍼입니다. ‘글로리’라는 귀여운 뉘앙스의 영어 이름도 갖고 있는 이 83년생 어린 키퍼는 나이는 어리지만 ‘투혼’만큼은 세계적입니다.
공식 10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해 세게 신기록도 보유하고 있고, 이운재의 뒤를 이을 믿음직한 대한민국 수문장이라고 봅니다. 김영광이 눈에 들어온 것은 언젠가 시합이 끝나고 그라운드에 엎드려 기도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였습니다. 그 폼이 어찌나 신실해 보이던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김영광은 아주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더군요. 그의 이름‘영광, 글로리’에서도 언뜻 신앙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이런 ‘예수쟁이’ 김영광 선수가 ‘족집게 예언’을 내놓고 적중률 거의 100%를 자랑한다는 소릴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영광은 감수성이 예민한 ‘게자리 태생’입니다. 그런 타고난 그의 감수성에 독실한 신앙심이 결합하다 보니 그에게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건 아닐까요? 잘 모르지만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선지자의 능력’이 기도로부터 나온다는 설도 있다는 걸 들었습니다.
그는 아직 ‘스위스 전’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답니다. 아마 기도중이겠지요. 내성적인 듯 해 보이는 김영광선수가 또 어떤 ‘예언’을 내놓을 지 궁금해지네요. ^^
어쨌거나 24일 또 새벽 4시에 열리는 대망의 ‘스위스 전’에선 쉽지 않은 경기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꼭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태극전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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