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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아는 아들들, 이천수 안정환이 일냈다!

스카이뷰2 2006. 6. 14. 21:07
 

     ‘눈물을 아는 아들들’ 이천수 · 안정환이 일냈다 !


어젯밤 대한민국은 행복했습니다. 어젯밤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린 2006 월드컵 대한민국의 첫 승전보가 울리던 어젯밤 자정 무렵, 대한민국 국민의 80%는 TV앞에서 박수치며 환호하며 행복해 했습니다. ‘80%의 근거’는  여론조사 기관에서 잽싸게 조사한 결과랍니다.^^


어젯밤 저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울고 웃으면서 ‘오랜만에’ 행복했습니다. 요 근래 어느 누가, 어떤 외부적 요인이 저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었나를 곰곰 생각해 봤지만 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어젯밤 우리의 태극전사 아들들이 선사한 그 ‘행복감’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순수하게 기뻐하고 좋아서 펄쩍 뛰고, 애·어른 할 것 없이(물론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은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에 진출해 있는 교포들까지 모두가 그렇게 ‘같은 시간’에 ‘한마음으로 좋아 한다’는 건 정말이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새 대한민국의 웬만한 국민들은 별로 ‘웃을 일’없이 살고 있었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겁니다. 나라가 신통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게 대다수 한국인들의 ‘공통 심리’였습니다. 그래서 정권실세들 ‘정신 차리라’고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졌던 겁니다. 그런 판국에 뭔 웃을 일, 기쁠 일이 있었겠습니까.


국민의 이런 마음은 아랑곳 않은 채 대통령이라는 분은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수 도 있는 거 아니냐’ 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넘기려다가 ‘국민저항’에 부닥치자 마지못해 자신의 ‘실언’을 인정했습니다.


이명박 시장도 ‘한나라당이 잘해서 받은 표’라는 생뚱한 말을 했다가 국민들의 곱지 않은 눈총을 받았었죠. 눈치가 빨라야 절간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데. 현 대통령이나 서울시장 같은 분들은 ‘새우젓’ 맛보기 어려운 분들 같군요.


어쨌든 어젯밤 우리 모두는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은 오늘까지 이어져 사람많은 지하철 안에서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혼자 빙긋이 웃다가 우연히 앞사람과 시선이 마주쳐 계면쩍어 하신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그냥 뿌듯한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그 기쁨의 강도는 10점 만점에 9.7정도로 퍽 강했습니다.


‘자기 일’이 아닌 일로 이렇게 온 국민이 순수하게 기뻐하고 행복해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월드컵 태극전사들에게 국민이 주는 ‘큰상’을 주어야 할 겁니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16강까지는 아직 여러 험난한 고비가 많으니까 자중해야한다’ 라고 말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어젯밤 그들의 ‘업적’만으로도 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다 봐서 알지만 어제 사실 우리 선수들 초장에는 영 ‘거북이걸음’이어서 솔직히 짜증이 좀 났었죠. 게다가 마지막 평가전에서 같은 아프리카 권역의 가나에게 ‘참패’를 당한 기억을 떨쳐 내기 힘들어 불안하기까지 했습니다.


‘패스 미스’는 왜 그렇게 많았는지. 보다가 막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그 와중에 토고 선수한테 선제골을 허락했으니 그 순간 분통터지는 건 참기 어려웠습니다.


‘저럴 줄 알았다니까’ ‘으이구 답답해’ ‘토고 애들 쇼에 우리가 깜빡 속은 거 아니야?’ ‘토고감독이 관 뒀다더니 저 노인 감독 이제 보니까 영 엉큼하군.’  ‘후반전은 볼 필요도 없지 뭐’ 이런 ‘도움 안 되는 한탄’을 늘어놓는 사이에 전반 45분이 겨우 끝났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아, 아예 후반전은 안 봐야겠다는 소리까지 했지만 그래도 다시 TV앞에 앉게 되더군요.


이러다가 후반 9분 우리의 ‘꾀돌이’ 이천수선수가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동점 골’을 만들어 놓는 순간, 정말 난리 났었죠? 사람이 참 ‘간사한 동물’이라는 걸 제 자신의 돌변하는 ‘관전 태도’에서 또다시 절실히 느꼈습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이 소리 저 소리 하면서 온갖 트집을 잡던 주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손뼉 치며 아파트가 떠나가라 소리치는 제 ‘몰골’을 보면서 한 편으론 좀 어이가 없더군요.^^


우리 대표 팀 선수들도 이천수 골 한 방에 종전의 거북이들은 다 어디로 도망가고 날랜 표범들처럼 그라운드를 누비기 시작했죠.


후반 27분인가요, ‘우수에 찬 예술가 같은’ 안정환이 ‘예술 같은 골’로 역전을 만들어 놓는 순간 아마 대한민국 ‘땅 밑’은 ‘땅위’에 뭔 일이 생겼나 놀랐을 겁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펄쩍펄쩍 뛰었을 테니까요. 서울 광화문에만 30여만 명이 모였고, 전국적으로 220여만 명쯤이 집 밖에서 ‘길거리 응원’을 폈다니까, 굉장하죠?


4년 전 6월, 그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행복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아무 조건 없는 순수한 기쁜 일을 ‘행복한 마음으로 공유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복되도다!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년 전 이탈리아 전 때 우리가 지는 상황에서 설기현이 동점골을, 안정환이 역전골을 성공시켰던 순간이 떠오르면서 ‘이런 행복한 순간’을 다시 또 보게 해준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경기 종료의 휘슬이 울리자 TV화면에는 ‘52년 만의 원정경기 첫 승리!’라는 자막이 ‘어른 주먹’ 만하게 떠올랐습니다. 52년!


1954년 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에 첫 출전한 대한민국은 헝가리한테 9대 0으로 지는 ‘모진 수모’를 당하는 것으로 월드컵과의 인연을 맺었답니다.

그 당시 우리 국민 소득이 100달러도 훨씬 안 됐다는 소릴 듣고 눈물이 핑 돌더군요.


당시 선수들은 여비가 없어서 이 나라 저 나라를 거쳐서 가는 바람에 시합 하루 전날인가 간신히 도착했다죠. 그리고는 터키한테도 7대0으로 졌으니까, 뭐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 옛날이여’입니다.


그 이후에도 우린 단 한번도 ‘이기지는 못한’ 그런 엉성한 팀이었습니다. 물론 국력도 약했지만 ‘운’도 지독히 안 따라주던 ‘비운의 국가’였습니다.


그러던 우리가 200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일약 ‘4강 반열’에 드는 ‘세계가 놀란 쾌거’를 이뤘으니 ‘격세지감’이란 단어로도 모자라는 발전을 이룬 겁니다. 물론 100달러 미만의 ‘최빈국’에 속하던 경제도 이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니까요. 월드컵이 꼭 ‘국력 순’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국력이 커지면서 ‘과학적 훈련’도 가능해졌다고 봅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어제 우리에게 진 토고가 국민소득 380달러의 ‘최빈국’중의 하나라는 소릴 들으니까, 토고 선수들에게 애틋한 마음마저 들더군요. 토고 선수들이 시합을 며칠 앞두고 보너스를 안 준다고 훈련을 안 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론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승부의 세계는 냉엄한 거니까 당연히 우리가 이겨야 하고 또 우리가 이겼으니까, 걔네들을 애틋하게 여기는 여유를 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흑인들을 보면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좀 불쌍한 느낌이 들잖습니까. 게다가 그 ‘가난’은 어떡하구요. 남의 일이지만 아프리카에 봉사 다녀온 사람들이 그곳에선 ‘월 2만원이면 4인 가족 한 달 생활비’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소릴 듣고 뭉클했거든요.


얘기가 좀 옆으로 샜네요.^^

어젯밤 ‘주인공’ 이천수와 안정환에 대한 기사가 오늘 조간에 앞 다퉈 실렸더군요. 그걸 보고 아침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급기야는 ‘눈물’을 참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이 두 선수 모두 ‘눈물의 의미를 아는 아들들’이라는 게 제 눈물샘을 자극한 겁니다.


지난 5월 11일 우리 블로그에서 저는 이천수를 ‘프리킥을 잘 차는 꾀돌이 선수’로 소개했습니다. 저의 이런 ‘예견’이 적중했다면 너무 제자랑 같겠지요?^^ 어쨌거나 저는 분명 그렇게 썼습니다. 언젠가 프리킥을 멋지게 성공시킨 이천수를 몇 번 목격한 일이 있었거든요.


이천수 본인도 자신의 장기로 ‘프리킥’을 꼽으면서 꼭 ‘프리킥’으로 월드컵에서 골을 선보이겠다는 말도 했답니다. 그러니까 이천수는 원래 ‘프리킥 쟁이’로군요^^

 

이천수는 또 워낙 ‘재담가’여서 ‘이천수 어록’이 매스컴에 많이 소개되었죠. 오죽하면 잉글랜드의 꽃미남 베컴 선수를 자신의 라이벌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에게 ‘혀컴’이라는 별명이 생겼겠습니까.^^


이천수는 ‘과묵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말을 잘하는 편이어서 기자들이 ‘선수 소감’을 물을 때 꼭 이 선수에게 묻는다고 하죠.


이번에도 월드컵 출정식에서 이천수는 “토고전은 무조건 이긴다. 첫 골은 내가 넣고 싶다”라는 거의 ‘예언성(性)’ 소감을 말했는데, 어젯밤 그 말을 현실로 이루어 냈다고 할 수 있겠죠.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의 주술성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네요.


한때 스페인으로 진출했다가 별로 빛을 못 본 이천수는 작년 12월 K리그 MVP로 선정되자 “스페인에서 너무 힘들어 어머니를 붙잡고 펑펑 울었다”는말을 했다는군요.  ‘눈물의 의미’를 아는 선수 같습니다.


네티즌들이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보고 “내가 왜 태어나서 어머니가 이런 소리까지 듣게 해야 하나”라는 절망적인 생각도 했었고 말했답니다.

대단한 효자죠? 아직 어린 청년이 그렇게 깊은 생각을 다 하다니... 별자리가 ‘게자리’인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효심’을 이천수에게서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수에 찬 예술가’ 스타일인 안정환도 ‘눈물의 의미’를 아는 ‘슬픈 아들’이라고 합니다. 선이 곱게 생긴 ‘원조 꽃미남’ 안정환은 한 때 화장품 모델까지 지낸 자타가 공인하는 화사한 미남선수지만 그의 얼굴에선 젊은 남자에게선 흔히 보기 어려운 ‘슬픔의 그늘’같은 것이 느껴지지요.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성도 모친을 따랐다는 안 선수는 성장기에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편모슬하에서 ‘정에 굶주리고 배고픔에 떨어야 한’ 소년기에 ‘축구’는 구원의 여신처럼 다가왔을 겁니다.


안정환은 ‘축구 신동’으로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명성을 얻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해외에 나가서는 늘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는군요.

이탈리아 전에서 ‘천금 같은 역전 골’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공교롭게도 당시 그는 이탈리아 소속이라서 구단주의 노여움을 사는 바람에 무적선수로 떠도는 불운도 겪었답니다.


그 이후에도 안정환은 가는 구단마다 ‘연때’가 안 맞아선지 빛을 보지 못해 ‘퇴출위기’를 겪는 와중에 어젯밤 ‘분노의 골’을 터뜨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외신에 보니까 세계 내로라하는 구단들이 지금 안정환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천수와 안정환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미스 코리아’를 연인으로, 부인으로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맞는다’는 격언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안정환의 부인은 어제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남편이 역전골에 성공   하자 ‘통곡’을 했답니다. 물론 ‘기쁨의 눈물’이겠지요.^^

안정환은 이번이 대표 팀 선수로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뛰었다는 거겠죠.


어젯밤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해준 안정환, 이천수 선수는 둘 다 이렇게 ‘눈물의 의미를 아는 아들들’이라는 점에서 인간적으로 더 친밀감이 느껴지네요.


물론 어제 경기에서 독보적인 재능을 발휘했던 박지성을 비롯한 우리 태극전사 모두와 아드보 카트 감독, 그리고 그 뒤치다꺼리를 하는 대표 팀 스태프들, 열두 번째 태극전사인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합심’하여 이룬 ‘성공’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은 행복합니다.


어젯밤 우리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 여운으로 지금도 행복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얻은 ‘행복의 추억’에 또 하나의 행복이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안정환 이천수! 태극전사 23명 우리 아들들! 장하다! 파이팅!